분류 전체보기 566

실랑이

이놈 밥챙겨준지도 일년이 넘었구만 도무지 곁을 줄듯 말듯 . 새끼를 낳은것 같기는한데 한번도 새끼들을 보질 못해서 다 잘못된줄알았다. 그러다 며칠전 어미랑 똑닮은 두마리의 새끼와 함께 뒷마당에 나타난걸 보고야말았다. 우와!살았구나! 그런데 녀석의 눈이 아무래도 시원찮다. 안약이라도 넣어주고싶은데 쉽지않을터 그래도 혹시 몰라 집에있는 감자 간식을 들고나왔다. 까다로운 감자가 잘먹는거면 녀석도 잘 먹으리라. 물론 잘 먹는다. 하지만 한손을 쭈욱 뻗어야 겨우 받아먹는다. 딱 고만큼의 거리를 유지한다. 실패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을 공장에 나오지 못해서 애들 배고플까 신경이 쓰였다. 오늘아침 백신까지 맞고 나오려니 출근도 늦었다. 배고픈 녀석이 밥먹느라 도망안가는틈에 꼭 붙잡아서 안약을 넣어주리라. 맘만 급해서..

혼잣말 2021.09.06

까치집

공장입구에 매실나무가 한그루있다. 작년에 이사와서 보니 파란 열매가 맺히기에 살구려니,,, 노랗게 익으면 맛봐야지 했더니 노래지자마자 비실비실 다 떨어졌다. 가지가 너무 무성하고 열매가 많아서 그러려니 싶어 가지를 많이 솎아냈다. 혹여 싶어 밴드에 나무사진을 올려 물었더니 매실나무란다. 그랬군. 매실나무 옆으로 아침마다 마른 나뭇가지가 지저분하게 떨어져있다. 쓸어도 쓸어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나뭇가지 천지다. 옆집 교회 공사하는 소장이 지나다 한마디한다. "까치가 영 부실공사를 합니다" 아하! 매실나무 옆 전봇대위에 까치가 집을 짓고 한전에선 수시로 까치집을 허문다. 벌써 한달째 이런 상황인데 까치가 언제쯤 포기하고 다른데로 갈려는지. 까치가 내 공장 조립식지붕위로 날아와 쾅쾅 쪼아댈때면 마치 망치로 치..

시간을 멈추고 2021.03.29

불과 일년

그 여자가 암소식을 전한게 일년이 조금 더 지났다. 3기라던 암은 정밀검사후 4기로 확인됐고 이미 원격전이가 진행된 상태라고 했다. 아마 본인도 자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알았을거야. 잘 하던 식당도 미련없이 접었다. 지나고보면 미적대다가 코로나까지 맞았을테니 잘한일이다. 물론 그여자가 예상하고 한 일은 아니지. 암선고를 받고 보니 아등바등 살았던 삶이 싫었던게지. 사업한다고 늘 돈에 쫒기는 남편 뒤치닥거리도 싫고 치료에만 전념하고 싶었을거야. 살고 싶었을거야. 둘째아들이 너무 일찍 사고를 쳐서 손녀를 얻었는데 그나마 며느리가 어린애를 두고 떠나버려서 손녀를 키워야했거든. 그걸 두고 체념먼저 할순없었겠지. 다행히 신약임상에 참여하면서 치료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그건 일시적인 효과였다. ..

혼잣말 2021.01.18

남은 아이들

꼬리의 죽음이후 그 많던 아이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겁많은 반달무늬 한마리와 늘 붙어다니는 아이들 둘만 남았다. 사료를 먹는양도 확 줄었다가 이제서야 조금 낫게 먹는다. 어쩌면 까치가 고양이보다 배부르게 먹고 가는지도 모르지만. 동네 어르신한분과 얘기를 나누다가 고양이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이유를 들었다. 어르신 집 마당에 살고있는 애들이 새끼네마리를 포함해 대충 열마리쯤 되었다는데, 어느날 새끼들이 이유없이 죽었더란다. 따님이 병원비 드릴테니 얼른 남은 애들이라도 병원에 데려가보라는말에 데려갔더니 무슨 바이러스란다. 치사율이 80퍼센트쯤 되는 동네고양이들을 절멸시키는 무서운 바이러스란다. 젠장. 무서운 세상이다. 사람은 코로나로 벌벌떨고 돼지는 돼지열병으로 땅에 묻힌다. 겨울접어들었으니 날아오는 철새에 ..

혼잣말 2020.11.05

꼬리 고양이별로 떠났다

며칠 공장을 비웠다. 추석에도 며칠 밥을 못 줬지만 아이들은 곧 모여들어 밥그릇을 비워냈다. 겨우 일주일도 못돼서 또 애들 밥을 못 챙기는게 미안했다. 어쩔수없는 사정이 있었다. 비워진 밥그릇을 채워주고 두마리쯤 다녀갔는데 평소보다 사료가 줄어들질 않았다. 오늘아침 비워져있어야할 사료 그릇에 밥이 절반도 더 남았다. 무슨일이지? 그때 급식소 한귀퉁이에 언듯 털이 보였다. 녀석!어느 녀석이 있는거야? 인기척을 느꼈을텐데 안 움직인다. 누워있는아이는 눈을 뜨고있다. 몸이 싸늘히 굳었다. 꼬리가 절반쯤 뭉개진채 돌아다니던 "꼬리"라 부르던 아이다. 공터는 삽이 잘 들어가지 않도록 딱딱했다. 깊이 묻어주질 못했다.겨우 흙만 덮었다. 나와는 많이 익숙해져서 내 손 냄새를 맡던 아이였는데. 다른 아이들도 보이질않는..

혼잣말 2020.10.13

가을,한가함

혼자 뛰다보니 거래처가 많지는 않다. 주거래처 두군데,나머지 몇군데는 간간히 또는 틈틈이 일이 발생한다. 이번달은 한군데는 월마감해서 계산서발행했고 번개같이 대금도 입금됐다. 뭔 이유에서인지 두달 결재인 업체가 계산서 발행하고 다음날 깔끔하게 잔금한푼 안남기고 입금을 했다. 왜 이러지? 물론 돈이란건 내 수중에 빨리 들어올수록 좋다. 그런데 앞으로 두달간은 더 들어올돈이 없다는것도 염두에 꼭 둬야한다. 아마 업체의 회계시스템이 또 바뀌는가보다. 이제 남은 업체 한군데 마감서류만 작성하면 9월달은 끝이다. 느지막히 출근해서 고양이들 밥 주고 커피한잔 마시니 오전이 다 지났다. 동해안쪽은 비가 온다던데 여긴 구름이 조금 많은 가을하늘이다. 고양이 녀석들 또 싸운다. 뒷쪽에서 밥 다 먹은 녀석이 앞쪽에서 먹고..

혼잣말 202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