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의 방은 장난감이 가득한 방이다.
벽을 빙 둘러 나즈막한 수납장에 공룡들과 변신로봇과
빛과 소리가 나는 칼,조립용 크고작은 블럭들.
그 외에도 자질구레한 플라스틱 소품들.
아직도 번쩍이는 전동카가 한자릴 차지하고 있고
요즘 한참 잘 가지고 노는 팽이들이 한 소쿠리.
내가 사준게 절반은 넘으리라.
그런 할아버지가 찬이에게 던진말은 폭탄같았나보다.
"찬아! 방이 이게 뭐야. 정리를 좀 해야지 발 딛을데가 없다.
이제 찬이 장난감은 그만 사줘야겠다."
물론 난 그냥 한 말이다.
지난번에 왔을때도 장난감은 절대 안사줄거라고 제 엄마와
약속을 하고 홈플에 갔지만 장난감 매대에세
벅스봇이라는 작은 장난감 하나를 챙겨들었다.
안된다는 제 어미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녀석이 내 다리를 잡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간절한 눈빛과 쳐진 눈꼬리로 날 올려다보는 녀석과 눈을 마주친
난 바로 항복을 해야했다.
녀석의 눈은 꼭 나를 닮았는데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할애비 눈보단 좀 업그레이드 됐단다.
내 눈이 어때서!
하여간 할아버지의 실현가능성 영퍼센트의 엄포가 녀석에겐
꽤나 충격이었는지 천방지축이던 녀석이 제 방 정리를 시작했다.
얼마전만해도 거실에 늘어놓은 장난감을 정리하라하면
엄마가 하라고 당당히 말하던 놈이 방 정리라니.
그 모습을 영상통화로 보고나서 찬이에게 말했다.
"찬아! 다음주에 할아버지 갈테니까 뭐 갖고싶은지 생각해놔"
녀석이 웃는다
그래서 나도 따라 웃는다.
저 녀석이 언제 다리가 길어져서 자전거를 사주나,,,
세발 말고 두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