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침이 도무지 떨어지질 않았다.
다니던 이비인후과약은 먹어도 차도가 없었다.
의사는 퉁명스럽기까지 해서 병원을 바꿨다.
첨엔 기침이 너무 오래가는게 의심스러워 내과에서 폐사진부터 찍어볼 생각이었다.
거래처 오가는 길목에 아는 병원이 하나 있었다.
몇해전 위검사와 장검사를 했던 곳이다.
오전 시간 삼층계단을 힘차게 올라섰건만 병원안은 환자들로 빼곡하다.
이러서야 어디,,,
아랫층 마트에서 기침을 가라앉히는데 제일 효과적인 목캔디를 한 봉지 샀다. 제법 큰 봉다리로 .
주차장으로 나왔을때 길 건너편에 이비인후과가 보였다.
그곳도 환자들로 만원이긴 마찬가지다만 어쩔수없다, 기다려야지.
이 병원의 약은 그나마 조금 효과가 있다.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동안은 기침이 좀 덜 했다.
삼일후 다시 방문해서 약을 더 받아왔다.
의사에게 같은 약을 처방한거냐 물었다. 같은약이란다.
혹시 몰라 처방전을 사진 찍어두고 지난번 약과 비교했는데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약이 바뀐듯 했다.
그날 저녁 기침이 멎질 않는다.
거봐,,,약이 바뀐거야,,, 내일 아침에 전화로 처방전이 잘 못 된게 아닌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내 기침소리에 아내까지 잠을 설칠까 다른 방에서 누웠는데 잠결에 추었다.
추울날씨가 아닌에,,,
바닥의 전기요를 켜고 다시 잠을 청했는데 영 몸이 불편했다.
새벽녁에 내 몸이 이상하다는걸 알았다.
어지러웠고 온몸이 아팠다.
내가 날 어찌할수없는 지경이었다.
아내에게 가서 내가 아픈것같다고 말했더니 이마를 짚었다.
"열이 엄청 높구만. 응급실에 가자."
생각은 조금 참았다가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낯에 다녀온 이비인후과에가서 왜 약이 바뀌어서 사람 고생시키냐 따지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럴 상황이 아닌듯 했다.
비틀거리며 머리를 대충 감고 옷을 걸쳐입고 콜택시를 불러 가까운 응급실로 향했다.
덜덜 떨며 차례를 기다리는데 아내가 간호사에게 부탁한다.
"여기좀 빨리 봐주시면 안돼요?"
간호사가 말했다.
"여기는 응급실이라서요 응급환자가 우선이예요"
그래 안다. 그걸 모를까.
기다림이 길지는 않아서 빈 침상 하나를 배정받고 누웠는데 열을 재고 콧구멍을 후벼 검체를 담아가고 팔뚝에 주사바늘을 꽂는데
도무지 비몽사몽이다.
b형 독감이란다.
젠장,,, 신종플루도 열 조금나고 말드만 이놈은 더 쎈 놈인가.
하루를 꼼짝 못하고 누워 있었다.
이틀째 공장에 이런저런 일로 출근을 안 할 입장이 아니어서 나갔다.
다 끝난 작업물들을 내어주고 당장 해야할일 몇가지를 하기위해 서 있는데 진땀이 흐르고 구역질이 났다.
그 후 일주일이나 지났건만 컨디션이 평상시 상태로 회복되질 않는다.
독김이 나으면서 지긋지긋한 기침도 함께 떨어지려나 싶었지만 그런 증상들은 그대로 남았다.
외려 독감이 시작되면서 엄청난 양의 콧물만 기침과 더 해 졌다.
근로자의 날 영원사를 거쳐 상원사로 향했다.
정말 산길이 지겹게 힘들고 지루했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쉬다가 걷다가 너의 이름도 부르다가 꼭대기 능선에서 되 돌아섰다.
징글징글하게 떨어지지않는 너에게 카톡한줄을 보내려다 다시 지웠다.
부질없는 일 부질없는 일 부질없는 일.
일이 이젠 좀 느긋해졌다.
할 일이 없는건 아니지만 급할게 없으니 조금 쉬어가도 되겠다.
점심을 먹고 식당 출입문 옆의 의자에 커피한잔을 빼 들고 퍼질러 앉았다.
커피도 오랜만이다.
기침때문에 근 한달쯤 안 마신듯 하다.
달콤한 믹스커피로 봄 기운을 즐기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문 앞에 쌀알 한 줌을 뿌려 놓는다.
참새들 점심이란다.
이런 상활에 익숙한 참새들이 모여들었지만 문 옆에 도사리고 앉은 나 때문에 가까이 오지 못한다.
내가 비워줘야 할 자리인게다.
트럭을 막 돌려 세우자마자 우르르 몰려드는 참새들.
비켜주길 잘 했다. 내 휴식이 방해받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