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거리배회

치악동인 2018. 11. 16. 14:45

점심을 막 시작했는데 전화가 온다.

문제가 좀 생겼다는 거래처 담당자의 말이다.

며칠전 두건의 가공건을 처리하고 거래를 완료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상세견적을 지네 부장이 요구한단다.

그래.한건은 좀 비쌌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깍아줄수없는 노릇.

차라리 좀 깍아달라면 깍아줄수야 있겠지만 상세견적을 달라니

어쨌든 금액에 맞추어 작성할수밖에 없잖은가.

그건 별 문제없지만 이렇게 사사건건 싸다 비싸다 뒷말이 생기면

내 이미지에 손상이 간다

점심 밥맛이 뚝 떨어졌다.

좋던 시절이 다 간건가,,,

 

저녁 밥도 영 맛이 없다.

집안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내다놓고 이불보따리를 짊어지고 빨래방으로 간다.

다행히 초대형 세탁기가 비어있다.

말이 초대형이지 한보따리 이불을 넉넉히 돌릴정도는 못된다.

이불우겨넣고 동전 우겨넣고 사십분동안 산책이다.

길건너 음식점앞 한무리의 젊은 남여가 소란스럽다.

누군가를 향해 어린 여자무리가 손을 들고 환호한다.

아마도 이차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나도 그럴때가 있었다.

사장 전무가 1차 끝나기도 전에 빠져나가 버리면

직원들이 원하는 2차는 고스란히 내 몫이 된다.

몇 안되는 직원들과의 간단한 2차정도야 내 지갑으로도

충분히 감당된다마는 대부분은 우르르 따라나서는 젊은 녀석들을 감당하려면 법인카드가 필요하다.

녀석들은 날 앞세웠으니 즐겁다마는 난 다음날 사장과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는 생각에 그리 즐거울수 없었다.

젠장!

그토록 아껴쓰고 죽어라 일했건만 회사는 왜 그모양이 됐을까.

얼마전 2차 경매에서 이웃집에 낙찰되었다니

내가 이십여년을 일군 공장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예견된 일이고 이미 떠난 회사지만 늘 신경이 쓰였다.

내가 떠나지않았다면 조금 더 버틸수있었을까.

끔찍하다.

떠났으니 다행이지 내가 남아 있었다면 그 고통이 어땠을까.

벌써 만 4년.

지금끼지는 잘 해왔다마는 나라경제는 점점 어렵다하니,,,

 

이런저런 생각에 술집으로 흥청이는 어느 골목을 지나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적막한 어두운 골목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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