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금대리에 터를 잡은건 우리가 금대리를 떠난 직후쯤
되는가보다.
자주가는 식당에서 일하던 그녀는 조금 특이했다.
사각진 턱선에 쌍거풀이 큰 눈은 아랫쪽으로 쳐져 있어서
졸린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눈을 커다란 안경으로 가린거 의도적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그렇게 알고 지낸건 벌써 십여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녀는 그냥 윗동네 여자였다.
얼마전 윗동네 누가 가게를 오픈해서 축하인사차 갔던 자리에서
오랜 모임친구들과 함께 그녀와 마주 앉았다.
그녀는 슬픈 얘기를 아주 재밌게 했다.
자신에게 무성의한 남편에게 지극정성을 쏟는다는 그녀는
사지육신 멀쩡한 남편을 손수 박박 문질러 씻겨준다고.
자신은 그게 즐겁단다.
어느날인가 많이 아파 병원 응급실에서 링거를 꼽고 누워있었단다.
그런데 혼자 누워있다보니 물도 먹고싶고 화장실도 가고 싶은데
링거줄 때문에 어째야 좋을지 몰라 눈물이 나더란다.
훌쩍 훌쩍 울며 혼잣말로 그랬다고.
"힝,,,물도 먹고 싶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힝,,,"
그때 옆 침대에서 아내를 돌보던 어느 노신사가
슬리퍼와 물을 가져다주며
자신을 도와주었단다.
그런 정도의 상황이라면 자신을 돌보지않은(나름의 사정이야 있겠지만)남편에 대해 원망섞인 소리를 할만한데
그녀는 그런 내색없이 그때 도움을 준 노신사가 지금도
보고싶다는 말로 그때의 슬픈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우린 그녀의 얘기를 조금은 신기해하고 조금은 슬퍼해주며
듣긴 했지만 그녀의 표정과 말투는 아주 재밌는 꽁트 한편 이었다.
주부괸련 라디오 사연으로 적당할만한 얘기거리라
잘 다듬어서 투고하는것도 좋겠다고 말 해주긴 했지만
그녀는 그럴 맘까진 없어 보였다.
어릴적 그녀의 아버지는 놀랍게도 늘 주방청소를 도맡아 하셨단다.
그런 가풍이 자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그녀의 남동생들도 지극히 가정적이란다.
그에반해 그녀의 남편은 꽤나 가부장적인 성향인듯 싶은데
성향의 차이에서 느꼈을 커다란 벽 같은것들을 어찌 넘었을까?
벽을 넘지않고 빙 둘러 걷고 있을까?
꼭 벽을 넘는것만이 방법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