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가을 상원사

치악동인 2015. 10. 20. 11:29

 

 

 

 

차를 제일 아랫쪽 주차장에 두었다.

시간도 넉넉했고 가을길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었다.

가뭄이 심해서 계곡물이 그닥 많지는 않지만 물소리를 못 들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산길이 시작되기 전 까지의 시멘트길도 색이 고왔다.

치악산을 오는 외지인들의 대부분은 북쪽입구인 구룡사쪽으로

진입해서 세렴폭포까지의 완만한 산책길을 걷다 돌아가던가,

조금 더 산행을 목적한다면 세렴폭포에서 사다리병창길 또는

계곡길을 통해 비로봉정상을 향한다.

치악산이 험하다는 말은 대부분 사다리병창길을 올라본 사람들에게서 나온 말일게다.

사다리병창길 초입의 긴 계단길에서 지친사람들은 이후 산행이 힘들수밖에.

구룡사길의 단풍도 이쁘긴하지만 너무 복잡하다.

주차비도 내야하고 구룡사 문화재관람료도 내야한다.

치악산에서 돈을 내야하는곳은 구룡사 뿐이다.

상원사가는길은 한적하고 아름답다.

길도 순해서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들도 꽤 있다.

 

그런데 고즈넉하던 상원사가 많이 변했다.

반듯한 돌로 돌담을 쌓고 공양간도 새로 지었다.

일주문을 통해 들어가던 길을 옆으로 새로 내고 석불건립을 위한

동참안내문도 붙었다.

치악산 보은의종 설화가 시작된 상원사라는 기념탑도 작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돈과 공을 꽤 들였다.

치악산 남쪽 능선을 마당으로 품은 풍경은 좋았으나

아랫쪽에서 올려다본 상원사는 낯설다.

 

절을 유지하려면 보수도 해야하고 증축도 해야겠지.

세월따라 모든건 변할테고 때론 잊혀져야하고

그렇게 흘러가야 덜 힘들다.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은 얼마나 아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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