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별이 엄마

치악동인 2015. 10. 13. 12:38

 

별이 엄마가 위독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얼마전에 멀쩡한 모습으로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고 갔다는데

병원응급실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단다.

오늘을 넘기기 어렵다고 의사가 말 했단다.

결국 다음날 새벽 별이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겨우 환갑의 나이에.

 

그녀는 오남이녀의 집안에 둘째 며느리였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맏며느리로 살았다.

아마도 화전민이었던 시댁이었으니 가난한 집안이었으리라.

딸하나와 아들하나를 두었으나 오로지 돈벌어 먹고사는일에만

집중했던지라 아이들은 늘 엄마의 사랑에 목말라했다.

 

금대리가 유원지로서 식당들이 번성했던 호시절에 식당을 운영하며 돈을 벌었고 꽤 축척도 했다고 소문났다.

특별한 직업없이 부동산쪽 일을 했던 남편은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했고 오히려 축척된 재산을 남편에게 잃을까

움켜쥐느라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고 한다.

 

몇년전 식당마저 팔아버린 이후로는 재산을 축내지 않으려고

만두를 만들어 팔았단다.

여기저기 장만 해 놓은 그 많은 땅 한귀퉁이만 팔면 여유로운

노후를 즐기며 살수있었을텐데 그간 살아온 억척의 세월은

그녀를 여전히 억척으로 살게했다.

 

별이 엄마의 시동생이자 넷째 아들이 그랬다.

"사람이 살아있다고 살아 있는게 아냐"

그건 맞는말이지만 그렇다고 맘에 늘 새길 필요는 없다.

허무에 물들면 안되니까.

엄마를 여윈 별이와 초등학교 동창인 딸아이가 그런다.

엄마 아빠는 제발 몸관리좀 잘 하라고.

겁이 나는 모양이다.

사실은 나도 조금 겁 난다.

 

죽을때가 되어 죽는것이 겁나는게 아니라 이렇게 맥 빠진 채로

살고 있는것이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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