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땡땡이 첫번째

치악동인 2012. 8. 23. 11:58

새벽 전라도 출장길.

빗소리에 잠이 깨어 몇시쯤일까,,,하는데 아내도 부시시 일어나 창문 단속을 한다.

아차,,,

그런 일은 늘 내가 했던 일인데 요즘 일에 지쳤단 핑계로 소홀했구나 싶다.

어차피 아내도 잠 깬거 시계를 보니 다섯시가 막 넘어서고 있었다.

차라리 지금 벌떡 일어나 길을 나서는것이 여러모로 나으리라 싶어 알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빗길을 뚫고 딱  적당한 시간에 도착했건만,

오전에 하기로 한 테스트를 오후에 하겠단다.

미리 알았으면 담양쯤에서 시간보내다 오는건데 아쉽다.

다행히 어려우리라 예상했던 일이 쉽게 끝났다.

이번엔 기필코 하루쯤은 땡땡이를 치리라 맘먹고 카메라에 삼각대까지 챙려 내려왔으니 불갑사로 방향을 잡았다. 

불갑사 들어가는 입구 동네엔 나무 백일홍이 동네 입구를 가득 메웠다.

어디 높은곳에 올라서서 찍어보고 싶었지만 비 그친후의 태양은 너무 뜨거웠다.

낯선 동네에서 썬크림도 안 바른채 산등성이를 기어 올라가는짓은 너무 무모하지.

어딜 올라서야 저 백일홍이 한방에 쏙 들어올지도 감이 안오고,,,

 불갑사는 상사화로 유명한 곳인데 시기적으로 아직 이르다.

보통 9월에 한창이라는데 8월에 왔으니.

불갑사 뒷편의 저수지 옆으로 일단 산책을 나섰다.

군데 군데 맥문동꽃이 많이 보인다.(맥문동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담양 메타세콰이어 나무밑의 키 작은 맥문동 같다)

우후죽순 작은 버섯들도.

 

 이젠 여름도 대충 끝나가는가 보다.

폭염이 십여일 넘게 지속되었고 열대야도 지루하게 계속되어서 에어컨바람이라면 질색팔색하는 아내도 에어컨을 켜고 잠들었다.

옥수수는 익을 시기도 안됐는데 보름이나 빨리 여물어버렸고 어떤것들은 너무 딱딱해지기도 했다.

그랬던 여름이 비 며칠 뿌리고 나니 한결 시원해지고 어젯밤은 "좋다~!"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선선한 가을 바람에 밀려나는 중이다.

여름은 매미껍질과 옥수수 빈 대궁과 붉어진 고추를 남겨놨다.

비 온후라 그런지 날파리떼가 극성이다.

도저히 눈을 뜰수가 없어 양손을 휘저어야했다.

그러던 와중에 한손에 든 핸드폰이 휘젓는 손에서 빠져나가 돌바닥에 내 동댕이 쳐 졌다.

옌장헐 날파리떼들.

도저히 더 이상은 산책이고 뭐고 상사화고 뭐고.

저수지길을 따라 다시 내려오는데 뭔가 옆에서 물로 뛰어드는 소리.

히엑! 뱀이다...

뭐 지가 알아서 도망가는거보니 독사는 아닌듯하고,,,

내가 몇번 당해봐서 아는데 독사는 도망안간다.

제 자리에서 또아리틀고 노려본다. 그러다 두 놈이나 이승을 하직했지만. 

상사화가 영 없었던건 아니다.

분명 이꽃도 상사화긴 한데 인터넷에서 본 그 상사화는 아니다.

그건 붉은색이었고 많은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상사화와 꽃무릇이 같은거냐 다른거냐 논쟁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붉은 상사화는 꽃무릇이라 구분해서 불러야할듯 하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만.

 

하여간 불갑사는 헛방이다.

날파리떼에 쫒겨 내가 떠난다.불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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