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봄에 만나다

치악동인 2011. 5. 10. 15:41

 올 봄에는 이런 저런 야생화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눈밭에서 피어난다는 설중 복수초.

솜털이 역광에 하얗게 빛나는 노루귀.

가녀린 꽃대위에 하얀 바람꽃. 

성황림에서 복수초가 핀다는 말을 듣고 성황림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성황림앞쪽에서 복수초 구경을 했다.

맑은날.눈 온 다음날.

 

일년내내 문닫힌 성황림은 일년에 딱 두번 열린다.

어제가 그날이었지만 출장때문에 갈수가 없었다.

혹여 그 앞쪽에서 운 좋게 복수초를 보았듯이 노루귀를 볼까하고 몇 번 더 갔었지만

피나물만 노랗게 성황림 가득 피었다.

성황림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구경이야 하겠지만 둘러쳐진 담장을 억지로 넘어서고 싶진않다.

담에 보면 되지.

또 내년에.

그리고도 못 보면 또 다음해.

자전거로 영원사에서 달려내려오다가 문득 길 오른쪽에 하얀 꽃이 핀걸 봤다.

급하게 자전거를 멈추고 숲으로 들어가 만난건 꿩의 바람꽃이다.

똑딱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작년에 국형사부근에서 만났던 큰괭이밥을 찾아 나섰다.

다만 날씨가 좋지않아 잎이 활짝 열리지않았다.

활짝 핀 큰 괭이밥을 만난 작년은 운이 얼마나 좋았던건지.

현호색은 여기저기 많이 피어있어서 아무데서나 볼수있다.

종류도 워낙 많아 그놈이 그놈이다.

산괴불주머니도 무더기로 피고 색깔만 틀리지 춤추는 듯한 꽃모양은 대개 비슷하다.

국형사에서 본 괭이눈은 잎이 동글동글한데 소백산에서 만난 괭이눈은 잎이 길쭉하고 뾰족하다.

이 놈도 워낙 종류가 많아서 그냥 괭이눈이라고만 알아둬야겠다.

금괭이눈이면 어떻고 선괭이눈이면 어떠냐.

 

울 아버지 산소가에는 올해도 할미꽃밭이다.

살아생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으시더니 돌아가셔서도 그 인기는 여전한가보다.

울 엄마 저승에서도 속 썩는건 아니신지.

산소에 같이 올라갔던 큰누나는 어디 점집에서 얘기를 들었나보다.

"엄마랑 아버지랑 같이 손잡고 놀러다니신단다 얘."

올해 처음 구경한 꽃중 제일 높은곳에서 만난 소백산 처녀치마.

너 없었으면 그 지루한 소백산 시멘트길을 어찌 걸었을까.

 

이제 봄도 대충 지나가는듯 하다.

어제 오늘 연일 빗줄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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