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도 철학이 있다.
예전 조선의 어느 장사꾼은 곳감을 매점하여 큰 돈을 벌었단다.
그걸 옆에서 본 이가 쌀을 매점하면 더 큰 돈을 벌수 있지않겠냐고 물었다.
그는 쌀은 부자건 가난한자건 모두 먹어야하는 주식이므로 쌀을 매점해선
안된다고 대답했다.
오래전에 책에서 읽은 내용이라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구분이 안가는 얘기이긴 하다.
난 출장중에 땡땡이 잘 친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땡땡이 철학이 있다.
땡땡이 욕망때문에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출장 노선에서 과히 벗어나지 않는다.
출장업무가 완료된후 남은 짜투리 시간을 활용한다.
지금까진 나름 잘 지켰다.
대부분 업무를 마친후 곧바로 복귀해도 근무시간이 끝날 상황에서 집에 들어가는 시간을
늦춰가며 땡땡이를 쳤지 회사로 복귀해서 일해야 할 시간에 땡땡이를 치진 않았다.
그랬던 내가 아예 작정을 하고 땡땡이를 쳤다.
주산지때문에.
원래 오늘 계획상으로는 경주 인근에 있는 거래처를 방문하는거였는데
이미 전화로 문제점을 다 해결한 상태여서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출장을 핑계대고 굳이 나선건 주산지의 봄 풍경이 궁금해서 였다.
산골의 봄은 도시의 봄 보다는 늦게 지나가니까 아직 벚꽃이 남았을까도 궁금했고
지금쯤 물속에 잠겨있는 왕버들의 신록이 가장 이쁠거라는 기대때문이다.
잔잔한 수면위에 그림처럼 떠있는 산과 나무와 꽃의 반영을 보고 싶었다.
안동쯤에서 출장의 필요성을 재 확인했다.
혹 그래도 가봐야 하지 않는지 점검하고 난후 본격적인 땡땡이 모드로 들어섰다.
잠시 망설였다.
대구를 지나서 그래도 출장지 근처까지 갈까,,,
아님 주산지보다 창녕 우포늪을 볼까,,,
잠시 망설이다 결국은 주산지로 향했다.
이런 젠장,,,
주산지 경치를 미쳐 보기도 전에 전화벨이 울린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전화는 왜 이럴때 울리는걸까.
이럴때 광고카피처럼 전화기를 잠시 꺼 두어도 좋겠지만 난 업무중이다.
그 후로 카메라만 만지작 대면 전화가 온다.
바람이 잔잔할때 반영을 찍어야 하는데,,,
겨우 통화 끝내고 구도잡고 사진을 찍을라치면 바람이 휭하니 불어 잔물결을 일으킨다.
이게 벌인가보다.
고등학교 때인가 중학교 때인가 어느 선생님이 죄와 벌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니가 공중목욕탕에 갔다.
근데 쉬가 마려워서 그냥 탕속에서 쉬야를 했다.
그때,
천장에서 차가운 방울이 니 머리위로 똑 떨어졌다"
무엇이 죄이고 무엇이 벌인지 허접하지만 명료한 풀이이긴 했다.
그래도 그걸 우리보고 받아 적으라고 한건 너무 했다.
내 땡땡이 원칙을 어겨가며 주산지를 담아보려했지만
역시 녹록치않은 바람의 훼방으로 좋은 사진은 못 찍었다.
그나마 몇 장의 사진이라도 건져보겠다고 두시간을 기다렸지만.
다음엔 양심의 가책을 받지않는 땡땡이를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