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소백산

치악동인 2011. 5. 7. 11:04

아무래도 길을 잘못 잡았다.

난 산을 왔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행군을 하려 했던건 아니다.

며칠만에 황사가 걷힌후의 햇빛은 여름 땡빛에 버금가도록 뜨거웠다.

그나마 처음 모습을 본 노랑제비꽃과 남산제비꽃이 없었다면

도로 내려가버렸을지도 모른다. 

점심산책할때 나에게 메렁을 던지던 그 제비꽃들은 다 보라색인데

이녀석은 특이하게 노랑색이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보기위해 얼굴을 디밀었을때 이놈도 어김없이 내게 메렁을 했다.

소백산은 오히려 보라색제비꽃보다 노랑제비꽃이 훨씬 많았다.

죽령주막에서 출발한 초입부터 연화봉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방향의 오른쪽은 노랑제비꽃

왼쪽은 양지꽃이 피어 있었다. 

 아주 운 좋게 하얀 제비꽃도 하나 만났다.

이꽃이 남산제비꽃인지 줄민둥제비꽃인지는 정확치 않다.

사진을 제대로 찍었으면 인터넷으로 비교해가며 이름을 찾을텐데 AF설정을 와이드로 해 놓고 찍는바람에

포커싱이 두루뭉실해져버렸다.

늘 사진찍을때 덤벙거린다.

금새 사라져버리는것들도 아닌데 왜 설정을 찬찬히 확인하지 않을까,,,

그 수없이 많았던 노랑제비꽃사진이 달랑 한장뿐이라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

땀을 한바가지쯤 흘려서야 겨우 제2연화봉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이던 산꼭대기의 뾰족한 건물은 KT중계소 건물이었던가 보다.

기존의 중계소옆에 새로운 원형건물이 치솟아 올라가고 있다.

소백산은 철쭉도 유명하지만 능선의 칼바람이 유명하다.

길을 잘못 선택하기도 했지만 시기도 잘못 택해서 철쭉은 한송이도 구경못했다.

초록은 산의 7부 까지만 겨우 올라오고 있을뿐이다.

멀리 소백산 천문대가 보인다.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까지는 까마득하다.

게다가 천문대까지는 계속 시멘트 포장도로를 가야하니 쓸데없이 발품 파는건 그만하고 싶다.

천문대까지만 다녀오기로 목표를 수정했다. 

길의 오른쪽 비탈진 사면에서 "처녀치마"를 발견했다.

한두송이가 아니다.아주 많다.

천문대까지 가는 길 내내 처녀들이 치맛자락을 펼치고 앉아 수다를 떤다.

 

 괭이눈도 있다.

원주에서 본 괭이눈과는 종류가 다른건가 보다.

잎이 더 뾰족하고 길다.

양지꽃무더기 위로 곤충들이 쉴새없이 움직인다.

첨엔 박각시나방인줄 알았는데 전혀 닮지않았다.

마크로 렌즈도 아니고 망원렌즈도 아닌 번들렌즈로는 접사가 무리다.

어떨땐 똑딱이가 너 낫다는 생각도 든다.

 

천문대까지 간신히 다녀왔다.

시멘트포장길은 너무 지루하고 힘들다.

혹여 다음에 소백산을 온다면 희방사쪽이나 다리안 관광지쪽으로 산행을 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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