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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년

그 여자가 암소식을 전한게 일년이 조금 더 지났다. 3기라던 암은 정밀검사후 4기로 확인됐고 이미 원격전이가 진행된 상태라고 했다. 아마 본인도 자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알았을거야. 잘 하던 식당도 미련없이 접었다. 지나고보면 미적대다가 코로나까지 맞았을테니 잘한일이다. 물론 그여자가 예상하고 한 일은 아니지. 암선고를 받고 보니 아등바등 살았던 삶이 싫었던게지. 사업한다고 늘 돈에 쫒기는 남편 뒤치닥거리도 싫고 치료에만 전념하고 싶었을거야. 살고 싶었을거야. 둘째아들이 너무 일찍 사고를 쳐서 손녀를 얻었는데 그나마 며느리가 어린애를 두고 떠나버려서 손녀를 키워야했거든. 그걸 두고 체념먼저 할순없었겠지. 다행히 신약임상에 참여하면서 치료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그건 일시적인 효과였다. ..

혼잣말 2021.01.18

남은 아이들

꼬리의 죽음이후 그 많던 아이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겁많은 반달무늬 한마리와 늘 붙어다니는 아이들 둘만 남았다. 사료를 먹는양도 확 줄었다가 이제서야 조금 낫게 먹는다. 어쩌면 까치가 고양이보다 배부르게 먹고 가는지도 모르지만. 동네 어르신한분과 얘기를 나누다가 고양이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이유를 들었다. 어르신 집 마당에 살고있는 애들이 새끼네마리를 포함해 대충 열마리쯤 되었다는데, 어느날 새끼들이 이유없이 죽었더란다. 따님이 병원비 드릴테니 얼른 남은 애들이라도 병원에 데려가보라는말에 데려갔더니 무슨 바이러스란다. 치사율이 80퍼센트쯤 되는 동네고양이들을 절멸시키는 무서운 바이러스란다. 젠장. 무서운 세상이다. 사람은 코로나로 벌벌떨고 돼지는 돼지열병으로 땅에 묻힌다. 겨울접어들었으니 날아오는 철새에 ..

혼잣말 2020.11.05

꼬리 고양이별로 떠났다

며칠 공장을 비웠다. 추석에도 며칠 밥을 못 줬지만 아이들은 곧 모여들어 밥그릇을 비워냈다. 겨우 일주일도 못돼서 또 애들 밥을 못 챙기는게 미안했다. 어쩔수없는 사정이 있었다. 비워진 밥그릇을 채워주고 두마리쯤 다녀갔는데 평소보다 사료가 줄어들질 않았다. 오늘아침 비워져있어야할 사료 그릇에 밥이 절반도 더 남았다. 무슨일이지? 그때 급식소 한귀퉁이에 언듯 털이 보였다. 녀석!어느 녀석이 있는거야? 인기척을 느꼈을텐데 안 움직인다. 누워있는아이는 눈을 뜨고있다. 몸이 싸늘히 굳었다. 꼬리가 절반쯤 뭉개진채 돌아다니던 "꼬리"라 부르던 아이다. 공터는 삽이 잘 들어가지 않도록 딱딱했다. 깊이 묻어주질 못했다.겨우 흙만 덮었다. 나와는 많이 익숙해져서 내 손 냄새를 맡던 아이였는데. 다른 아이들도 보이질않는..

혼잣말 2020.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