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참 신기한 일

치악동인 2017. 6. 2. 12:34

오전에도 햇볕이 꽤나 강하다.

아직은 그닥 기온이 오르진 않았지만 자외선 지수는 걱정할만큼 강한듯 했다.

화물차에 금형 한덩어리를 싣고 편도 3차선 큰 도로의 구부러진 길로 접어들때

중앙분리대삼아 만들어놓은 낮은 화단에서 뭔가가 도로로 구르듯이 들어왔다.

낙엽인가??

거리가 좀 있어서 정확히 식별되지 않은 그 물체는 마치 모양은 해삼처럼 생기고 거무칙칙한 털뭉치 같기도 했다.

1차선에 있던 내 차와는 거리가 조금 있었던 그 물체는 기어가는듯 했다.

혹 두더지?

두더지는 눈이 거의 퇴화되어서 장님이나 마찬가지라던데,,,

녀석은 2차선으로  달려가는 차 바퀴에 깔릴듯하더니 멈칫거리는 동작으로 용케 피했다.

대게 앞바퀴를 피하더라도 움직여버리면 뒷바퀴에 치이게 되는데 녀석은 어디로 갈지 몰라 망설이는듯해서

다행히 뒷바퀴도 피했다.

나는 녀석을 지나면서 사이드밀러로 흘끔 봤더니 마침 비어있는 삼차로를 건너고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눈도 안보이는 놈이 넓은 도로를 살아나갔다.

물론 인도와 차도의 턱도 넘어야하고 내가 끝까지 못 봤으니 도로횡단에 성공을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생명이 파괴된다는건 아주 슬픈 일이다.

신기한 녀석은 분명 살았으리라.

참 신기한 일이다.

이런게 신기하다고 끄적대는 내가 더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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