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구경도 못한 꽃무릇을 찾아 다시 불갑사로 향했다.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광주로 출발했다.
약속은 열한시.
한시간쯤 일찍 출발한 셈인데 광주 도착전에 거래처에 전화통화해서 지난번 처럼 약속시간이
미뤄질거면 아예 담양에서 놀다 들어갈 생각이었다.
담양쯤에서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걱정말고 약속시간에 오란다.
개뿔!
준비는 하나도 안 되어있고 일하는 사람들까지 빈둥빈둥 거리더니 결국은 점심 먹고 일 하잔다.
일은 다행히 수월하게 마쳤다.
어차피 내가 해야할 일은 없었고 그저 얼굴이나 보여주는걸로 성의 표시만 하면 되는일이었으니.
땡땡이치기 좋은 시간에 일을 마쳤으나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오는날 혼자 돌아다니면 좀 궁상스러운데,,,
지난번 헛방이었던 불갑사를 다시 찾았다.
꽃무릇이 만개하진 않았으나 그래도 제법 피어 있었다.
불갑사를 가는 국도변부터 붉은 꽃무리들의 꽃대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비 오는 주중이니 절은 한적하다.
어느 산악회에서 온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의를 덮어쓰고 저수지뒷편의 산에서 내려와 지나쳐갔다.
지난번 날파리떼에 막혀 올라가지 못했던 그 등산로에서 내려오나 보다.
비가오긴 하나 날파리떼가 달려들지 않으니 천만 다행이다.
날이 흐리거나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때,
또는 인물사진을 찍을때 밝은 렌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곤 한다.
도무지 번들렌즈로는 뽀샤시하거나 쨍~!한 사진이 되질 않는다.
온라인 카페들에서 솜씨자랑으로 내걸리는 사진들과 비교하면 내 사진은 굴욕스럽다.
그래도 꿋꿋하게 번들로 버티는 것은 나름의 배수진이다.
물욕에 빠지지 말자.
아마도 다음주쯤 꽃무릇 축제시기쯤엔 저 들판이 온통 붉은 꽃무릇으로 덮힐게다.
여기저기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하지만 꼭 불갑사에만 꽃무릇이 있는건 아니다.
뻥 뚫린 밀재터널위로 그다지 구불거리지도 높지도 않은 옛 밀재를 넘어가다보면 작은 공원에도 꽃무릇은 천지고,
멀지않은 용천사입구의 공원에도 천지삐깔이다.
용천사안에도 꽃무릇이 많이 피는가본데 입구에서 되돌아 나왔다.
아무리 이쁜꽃도 하루종일 보면 지겨운법이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는날 혼자 우산 받쳐들고 카메라 걸쳐메고 또 용천사를 들어가긴 싫었다.
꽃무릇은 이쯤봤으면 됐다.
꽃과 잎이 만나지못한대서 상사화라고?
세상에 때를 만나지 못해 엇갈리는것들이 어찌 상사화뿐인가.
수많은 사연들이 엇갈려 지나면서도 엇갈린줄을 알지 못한다.
용천사에서 차를 돌려 집으로 간다.
비는 내리고 갈길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