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열흘이 지났다.
지난주 토요일에 이녀석을 발견하고 산책을 나올때마다 꼭 찾아봤다.
밤나무 밭의 마른낙엽틈에서 빨간 열매같은것이 불쑥 솟아 오른게 눈에 띄여서
자세히 들여다봤다.
모양새로 봐선 꼭 도토리에서 뿌리가 내린듯한 모양이지만 요런 도토리는 없다.
일단 꾸질한 핸드폰이지만 기록보존을 위해 찍었다.
두고보기로 하지.
이녀석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요며칠 봄볕인지 여름볕인지 구분이 안갈만큼 햇볕이 뜨거웠다.
마른낙엽일색이던 산이 하루걸러 산에 올라치면 금새금새 초록잎들이
눈에 띄게 돋아나오니
돋아나오는 새싹들이야 하루만 지나도 눈에 띄게 자라나기 마련이다.
일주일만 지켜보면 이녀석이 뭐로 변하는지 알수있을거라 생각했다.
어쨋거나 잎사귀가 나오던 꽃이 나오던 무언가 나오겠지 막연한 기대로 기다렸다.
며칠이 지났다.
이놈봐라.
사람 조바심나게 하네,,,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그 모습 그대로다.
열흘이 지났는데도 그대로다.
그제는 없던 제비꽃이 천지삐깔로 피어오르는데 열흘을 기다려도 이놈은 변화가 없다.
오호~!
기특한지고.
성급히 피고지는 꽃보다 훨씬 더 느긋하지 않은가.
지는꽃들 그 꼴 보기싫어 이놈에게나 정 줘야겠다.
누구냐 넌.
주말을 건너뛰고 오늘 다시 찾아보았다.
변동이 없다.
외려 더 쪼그라들고 초라해져버린듯 하다.
이러다 바람이라도 한번 불어서 낙엽이 휘날리면 자취도 없이
감춰지는건 아닌가 모르겠다.
찾기 쉽게 막대기라도 하나 옆에 꽂아두려다가 참았다.
굳이 숨는걸 끄집어낼 이유도 없지않은가.
오늘은 주머니에 디카를 챙겨넣고 올라가 조금 더 생생하게 사진에 담아보았다.
나보다 산에 먼저 올라갔던 다른 직원이 내려오다 웅크리고 있는 내꼴을 보고 묻는다.
"변화가 있수?"
"아니. 미동도 없어"
"비라도 한줄 와야 되려나보지 뭐"
그렇구나.
너무 가물었어,,,
그럼 인공강수라도 뿌려야할까?
인공강수라함은 약간의 구름에 옥화은이라는 물질을 뿌려서 억지로 비를 내리게 하는것인데
뭐 그렇게 어려운쪽으로 생각할 필요없다.
바지춤만 살짝 끌러주면 되는걸 뭐.
음음,,,누가 본 사람 없지?
너무 뜨거울까봐 살짝 옆으로 조준했다.
어?
내려와서 사진으로 크게보니 저 빨간 열매처럼 생긴것에 아래위로 금이 한줄 가 있다.
역시 디카들고 가길 잘했다.
이럴때 지름신의 유혹에 빠져 덩치큰 DSLR을 사고 싶은 유혹이 불끈 솟는다.
아서라.참자.
그저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지금의 똑딱이면 됐다.
그래도 오늘은 수확이 있다.
밤새 비가 한줄기 왔다.
나의 인공강우의 영향이던 봄비의 영향이던 그놈이 분명 변화를 보일거란거에
오천원쯤 걸어도 좋다.
급한 맘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아! 하마터면 밟을뻔했다.
요즘 하도 우후죽순 새싹들이 밀고 올라오니 함부러 발 딛기가 위험스러워
발밑만 보고 걸었더니 용케도 눈에 들어왔다.
언뜻보니 색깔과모양이 비슷해보였는데 사진으로 보니 색감이 많이 다르다.
하여간 관찰할 녀석들이 둘이 됐으니 이젠 이름을 붙여줘야겠다.
이녀석들이 뭐가 될지 모르니 일단은 생긴모양따라 doto1,doto2이렇게 불러야겠다.
doto2는 열매를 쪼개고 나온 새순이 분명히 보인다.
그런데 doto1은 나의 은혜로운 인공강우와 함께 하늘의 성은까지 입고도
여전히 변화가 없다.
도대체 너의 정체가 뭐냐?
오천원 날렸다,,,(근데 내가 누구랑 내기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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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조금 흐리긴 하지만 doto1,2를 보러 산으로 간다.
나중 발견했지만 올라가는 중간에 있는 doto2,
새순이 약간 더 자란듯도 하지만 거의 미미하다.
비오기 전에 허겁지겁 뛰어올라가서 만난 doto1,
요지부동이다.
내가 대단한 미련퉁이를 만난듯 싶다.
이쯤되니 약이 살살 오른다,,,
죽었나 살았나 뿌리채 확 뽑아볼까?
아서라,그러다 진짜 죽을라,,,
관심이 점차 집착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산에서 자라는 다양한 생물종중에 하나일뿐인데 내 관심이 쏠렸다고
이들이 더 빨리 변화하진 않는다.
그냥 두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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