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서해의 해지는 풍경을 꼭 보고싶었다.
서쪽하늘이 온통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바다의 잔물결이며
그위의 배,해안선을 따라 올망졸망한 집들이 붉은 노을에 잠겨드는 모습.
오늘이 절호의 기회였다.
다섯시반쯤에 출장업무를 마쳤으니 이젠 완벽하게 내 시간이다.
업무중 땡땡이라는 양심의 속박에서 벗어날수 있으니 무엇보다 좋다.
다만 아내에게 일이 덜 끝났다는 하얀 거짓말정도만 눈 질끈 감고 하면 된다.
한시간정도면 천수만까지 갈수있는 거리.
운이 좋으면 철새들의 비행도 볼수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로 일단 달렸다.
지난번에 서산주변을 돌아보긴 했지만 정작 가보고 싶은 "간월암"은 시간상 갈수없었으니
이번 목표지는 간월암이다.
서쪽하늘이 점차 노을로 물들어가고 저 멀리 간월암이 눈에 들어온다.
간월암.
바닷물이 들어차면 간월암으로 통하는 길은 물에 잠기는모양이다.
불과 몇걸음 안되는 거리긴 하지만 일단 물에 길이 잠기면 쉽게 건너갈 엄두는 내지 못할터.
얼른 건너가서 빼꼼 대문을 밀어봤다.
보통의 절들은 일주문에 불이문이며 무슨무슨 산문이 있는데 여긴 그냥 대문하나 있다.
응?
잠겼다?
들어오지 말라는 모양이다.
하긴 들어가보면 뭐해.
뭐든 멀찌감치서 보는 원경이 최고야. 암~!
고려말 무학대사가 달을 보고 도를 깨우쳤단다.
오는길에 뭔가 달과 관계된 이름이겠거니 했더니 딱 들어맞았다.
그럼 나도 달 뜰때까지 기다려 봐?
그랬다간 도 통하기 전에 마누라한테 죽을거 같아.
이젠 그렇게도 보고싶어하던 서해의 낙조를 볼 시간이다.
동해의 일출은 몇차례 봤지만 서해의 일몰은 정작 보지 못한거 같아서 나름 기대가 크다.
사실 기대했던만큼 해지는 풍경이 장엄하지는 않았다.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해 저물어가는 일몰 풍경이 그리 흔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일출처럼 그렇게 찰라간에 해는 서산을 넘어가고 바람은 거세게 불었다.
불과 이삼십여분 사이에 기온은 뚝 떨어져 손은 시리고 거센 바람에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누가 보면 해지는 풍경에 감동해서 우는줄 알겠다.
울긴,,,
폼 안나게 콧물까지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하니 달뜨는 간월암은 마누라 무서워서 못보는게 아니라
추워서 못 보겠다.
오늘도 마음열고 도 깨우치기는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