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으로 섣달그믐.
남들은 신년에 뜨는 해를 봐야한다고 밤을 달려 동해로 동해로 가는시간에
우린 천안으로 달렸습니다.
서해에도 해맞이 할수있는곳이 몇 있다던데 해맞이는 별 관심없습니다.
새해 떠오르는 해는 반짝반짝 세수하고 동동구루무 찍어바르고 나온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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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나도 해돋이 보고 싶었습니다만 처형네 며칠 가계신 장모님이
이제 고만 데리러 오라는 바람에 어쩔수없었지요,,,
재야의 종은 내 소주잔과 더불어 부딪히는 처가가족들의 잔 부딪히는 소리로
대신했지요.
아침에 무거운 머리를 떠메고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나니 멀뚱멀뚱 할일이 없습니다.
이럴때 내가 나서야지요.
우리 처가식구들 노는거 참 못합니다.
멍석안깔아도 노는거에 열심인 우리 식구들과는 참 다르지요.
해돋이는 물건너갔고,,,뭘한다?
나를 따르라고 앞장서서는 "왜목마을"로 갔습니다.
해넘이와 해돋이를 다 볼수있다는 아주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곳이라지요?
지긋지긋한 묵은해 얼른 넘어가라고 고사지내고 싶은 사람들,
새해에는 좀더 좋은일만 가져오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해를 맞이했을 왜목마을.
두가지 모두 충족한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렸을 한적한 어촌마을을 기대했더니 그래도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닷가옆 나즈막한 동산으로 올랐습니다.
아마 내 아내는 정산등반에 성공한 첫번째 산일겁니다.
해발 칠십몇미터라지요?ㅎㅎㅎ
석문산 정상에 올라보니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하얀 배들이 제법 예뻐보입니다.
근데 해가 저쪽에서 떠오르면 내가 봐야할 해넘이는 바다의 반대쪽이라는 얘기아냐?
반대쪽엔 산업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허연 연기 뭉게뭉게 피워올리는 공장같은거밖에 없는데?
알고보니 그건 공장이 아니고 화력발전소래요.
발전소도 공장은 공장이지.전기만드는 공장,,,
산꼭대기에서 일몰을 보면 그럭저럭 볼만하기는 하겠지만 거동이 불편한 장모님은 또 어쩌나?
어디 횟집에 들어앉아 있으면 되기야하겠지만 내가 기대한 붉은 낙조는 포기해야하잖아?
그래서 더 가보기로 했습니다.
대충 네비화면의 지도를 축소해보니 대호방조제,난지도 해수욕장쯤이면 괜찮을듯 싶더군요.
결국 투덜대는 처가식구들을 이끌고 서쪽으로 또 달렸습니다.
나도 혼자가면 맘 내키는데로 더 좋은데 찾아서 갈수있다구요.
줄줄이 따라와서는 투덜대긴 왜 투덜대!
잔말말고 따라와.
내가 밥 사면 되잖아.(어차피 내가 살건데 뭐)
그래서 도착한곳이 "삼길포"라는 곳이네요.
근데,,,
왜 낙조가 깔리는 바다를 저 공장들이 가로막고 있냐구요.
폼 안나게...
결국 붉그스레 물들어가던 하늘이 어느순간 깜깜해지는걸로 허망하게도 해는 졌습니다.
해도 지기전 미리 나온 초생달만 하늘가에 걸렸습니다.
장엄한 해돋이 보는것도 어렵지만 서쪽하늘을 온통 붉게 물드이며 저물어가는 해를 보는것도
어려운일인가 봅니다.
그러게 세상일이 맘먹은대로 되는게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