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혼자하는 산행

치악동인 2008. 12. 26. 11:46

크리스마스휴일

오전내내 게으름부리며 티비앞에 앉았다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겨울들어 이 핑계 저 핑계대어가며 점심산책도 빼먹은지 오래고

길 미끄럽다는 핑계로 자전거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갑니다.

이러다간 내 아랫배가 점점 더 불러올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주섬주섬 챙겨서 금대리쪽으로 나가봅니다.

작년에는 입석사로 해서 비로봉을 몇번 갔으니 올해는 금대리 영원사를 거쳐

치악산 설화의 근원인 상원사나 올라볼까 해서요.

영원사 까지는 터벅터벅 걸어갈수있는 시멘트 포장도로라서 터덜터덜 걸었습니다.

초행길에 인적마저 드문 산은 적적하기 그지없습니다.

산마루에 올라설때쯤엔 메마른 나무가지를 훝고 지나는 바람소리만 가득해서

쌓인눈이 눈보라로 몰라치지는 않을까했지만 그저 바람소리만 가득할뿐 산죽을 묻어버린 눈은

그저 발밑에서만 뽀드득 댈 뿐입니다.

산등성이를 넘어서 조금 내려서다보니 드디어 상원사에 도착했네요.

두엇 등산객이 보이긴하지만 산중의 절간은 그저 조용하기만 합니다.

산등성이에서 그리 험하게 울어대던 바람이 이곳까진 오지않아서 처마끝에 매어달린 풍경마저도

파란하늘에 얼어붙은듯 고요합니다.  

 

오래된 석등은 무너질듯 위태롭지만 마주선 서로를 의지하며 억지로 또 세월을 견디어낼겁니다.

두 개의 석등을 배치한 양식은 통일신라시대 양식이지만 석등자체로의 양식으론 고려시대 양식이라네요.

그래도 참 오래 견뎌내고 있습니다. 

세월앞에선 모든게 희미해지고 빛바래지는데,,,

보은의 전설이 있는 범종이네요.

여기선 저 범종을 울린 주인공이 "까치"가 아닌 "꿩"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구렁이에게 잡아먹힐뻔한 꿩을 구해준 선비.

선비를 잡아먹으려한 구렁이.

새벽보다 새벽을 먼저 알리려 범종을 제 머리로 울린 꿩.

그 밤은 얼마나 길었을까요.

 겨우 귤 한개로 산을 올라왔더니 허기가 집니다.

다행히 범종각 아래로 김밥먹기 적당한 후미진 장소가 있네요.

산사안에선 음식을 먹지말라는 경고문이 있으니 최대한 안보이는곳으로 가야지요.

막상 내려서고 보니 아찔한 낭떠러지위에 몇사람 앉을자리는 되네요.

적당히 뜨거운 커피한잔에 김밥한줄로 점심해결하고 내려가야지요.

하늘이 참 푸르릅니다.

환장하게 푸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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