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발품을 팔아야하는데

치악동인 2009. 1. 3. 11:56

아내 쉬는 일요일은 눈치전쟁부터 합니다.

난 나가고 싶고 아내는 쉬고 싶고.

우선 아내의 상태를 파악해야지요.

그냥 단순히 쉬고 싶은건지 아님 컨디션이 안좋아서 쉬어야만 하는건지.

전자라면 내가 먼저 일어나 서둘러야하고 후자라면 그냥 먹을거나 만드는게 낫습니다.

지난 일요일은 후자쪽이라 내가 오히려 게으름을 부렸지요.

가고싶은곳이 많은 난 주중에 인터넷에서 갈만한곳들을 여기저기 물색합니다.

내가 가고싶은 곳이야 오지여행이나 산골 깊숙한곳에 인적드문 암자이기가 배부분이지만

아내와 함께 나서려면 주어지는 조건이 다소 많아집니다.

일단 오전은 실컷 쉬게해주고 길을 나서야하니 시간의 제약이 따릅니다.

그 다음은 추운거 싫어하니 바깥에 오래 있는거 피해야합니다.

그리고 걷는거 싫어합니다.특히 산에 가는거.

음,,,

검색조건이 까다로워지니 갈곳이 없습니다.

그럼 열차를 타고 둘러보는 여행이 좋지않을까 싶다가도

쇼핑하러 시내나갈때 택시타는것도 싫어서 나를 운전기사에 포터로 앞세우는 사람이 좋아할리없지요.

사실은 눈덮힌 화절령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구불구불 눈길로 이어진 그길을 터벅터벅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상념에 나를 맡긴채 터덜터덜 걸어보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오전은 누워서보내고 여자둘이 씻고 화장까지 하고나니 한겨울 짧은 해는 중천을 넘어서버렸습니다.

딸아이랑 점심이나 먹자고 근처 식당에서 아침겸 점심겸 저녁겸 먹고나서 제천으로 갔습니다.

딸아이 기숙사 데려다줘야지요.

제천에 도착해도 해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남은 해가 아까워서 제일 가까운 영월의 선돌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다행히 길가에서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불과 100미터.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길을 걸을때 들리는 구두발자국소리가 경쾌한걸보니 아내가 잘 따라오네요.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쏘여주니 얀이녀석도 산길을 따라 이러저리 내달려봅니다.

우와~정말 선 돌이다.

강가에 우뚝 솟은 바위 높이가 무려 칠십미터쯤 된다네요. 

선돌을 보고도 해는 아직 남았습니다.아마도 삼십분정도는 더 버텨줄것같습니다.

어쩜 선돌에서 가까운 한반도지형 선암마을에 도착할때면 저녁노을이 분위기까지 잡아줄지 모르겠다는

기대로 선암마을쪽으로 다시 내달렸습니다.

그리 멀지않네요.

다만 한반도지형을 보자면 길가에서 600미터나? 들어가야한다는거.

"내리자"

"얼마나 가야돼?"

"응,한 육백미터쭘 된대"

",,, 나 배아퍼."

아내의 배는 왜 꼭 이럴때 아플까요?

육백미터라는 거리의 개념이 아내의 머리에서 긴장성 배앓이를 명령한걸까요?

배아프다는 아내를 차에 혼자두고 갈수는 없는일이지요.

담에 보지뭐,,,담에,,,이~담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으려다가 길을 잘못들어서 강가로 내려섰습니다.

강에 섭다리가 놓여졌네요.

강건너에 무엇이 있길래  소통을 의미하는 저 다리를 놓았을까?

강건너에 무엇과 소통하려고 힘들게 섭다리를 엮었을까?

소통이라,,,참 부러운 단어지요.

집으로 가는길 쌀찐빵으로 유명해진 "황둔"마을을 지납니다.

냉동실에 두고 아침대신 먹으려고 한박스 샀습니다.

집에 가면서 먹으려고 따뜻한거 한봉지 더 샀습니다.

이걸로 저녁때우자면서 찐빵을 맛있게 먹는 아내가 참 얄밉습니다.

배 아프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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