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산수유꽃 진 자리

치악동인 2008. 11. 3. 10:32

 

 

산수유꽃 진자리


사랑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겠는데
마음 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꽃 옆에와 무심히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 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
놀러온 산새한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말
여름 한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꽃 진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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