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이른 아침 제주에서

치악동인 2010. 9. 24. 14:02

 성산바다의 여명

여명의 일출봉.

숙소 테라스에 나가보니 그 새벽에 많은 사람들이 일출봉을 오르고 있었다. 

"일출보러 갈 사람~~"

내가 소리를 질러도 우리식구중엔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방을 너무 좋은곳에 잡아서  방안에서 보는 일출이 더 좋단다.

음,,,

혼자 새벽 산책을 나섰다.

 

 

숙소에서 몇걸음 떨어진 곳에 일출봉으로 향하는 올레길이 있다.

아침이슬과 초지,

선선한 바람이 아주 좋다. 

 

어젯밤에 들어올때 어두워서 몰랐다.

숙소 주변은 바다를 마주보고  초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제주도답게

말들이 군데군데서  풀을 뜯고 있었다.

 

멀리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는 우도.

그 앞에 한가로운 말.

 형님부부,우리부부,

큰누나와 일본에서 날아온 둘째누나,

그리고 셋째누나.

막내 여동생만 빠졌다.

셋째누나!

그 브이자 말야 쫌 촌스러!

 벌초하고 아버지께 술 한잔 올리면서 말씀 드렸다.

이번 추석은 형제들 모두 함께 제주도 다녀오겠노라고.

미리 송편도 올리고 햇과일도 올리고

내가 줏어온 햇밤도 올렸다.

아내가 아버지께 여쭙는다.

"아버님 저희 다녀올께요. 그래도 괜찮지요?"

아내는 분명히 괜찮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지만 순 뻥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대답했을리 없지.

대답을 듣진 못했지만 아버지도 분명 좋아하셨을거다.

자식들이 화기애애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이야말로 부모에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혹시 아버지 삐치셨수?"

이렇게 물으면 울 아버지는 틀림없이 그러실게다.

"예끼 이 놈아!"

그리곤 웃으실게다.

짐짓 안 삐친척.

남자들은 원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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