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꼴두새벽이라고하기엔 뭐하지만 평상시보다 두시간은 일찍 일어났으니
새벽에 일어난 셈이지요.
알람을 맞춰놨지만 잠이 설핏설핏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준비해야하는 시간에 일어났을땐 잠이 좀 부족하다 싶습니다.
밖은 겨울비가 옵니다.
눈이 아니라 비가 오니 조금은 다행이다 싶지만 방심은 금물이지요.
고도차가 많이 나는 높은곳의 도로에선 내리는비가 그대로 얼어붙어 무시무시한
빙판길을 만들어놓기도 합니다.
다행히 기온이 많이 올라 얼어붙은 도로는 없었지만 안개가 좀 심합니다.
안개 낀 도로를 주행하다 안개에 갇힌 먼 산들을 보며
산이 아니라 바닷속의 섬들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생각은 점점 자라나서 난 섬사이를 항해하는 연락선의 선장이 되어버리고
안개낀 골짜기를 달려나갈땐 뿌~웅 뱃고동 소리라도 울리며 가야할듯합니다.
대략 300킬로미터의 거리를 말도안되는 공상에 빠져 심심치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업무가 잘 풀려서 몇시간정도의 업무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안동쯤에서 그쳤던 비가
기어이 남도까지 따라와서 제법 굵은 빗줄기로 내립니다.
대구를 지나올땐 안개비로 바뀌더니 안동이 가까워질수록 빗방울도 굵어지고 안개도 심해집니다.
먼 산들이 안개속으로 잠잠히 묻혀갑니다.
고속도로 옆으로 가늘게 뻗어있는 시골길도 안개속에 묻혀갑니다.
제법 운치있는 길을 발견해서 사진한장 담아보려해도 고속으로 주행하던 차를 멈춘다는것
또 갓길에 차를 세운다는건 너무 위험스런 일이라 그냥 스쳐지납니다.
여름에 가끔 들려 산책을 하는 단양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얼어붙은 남한강을 봅니다.
춘천방향쪽 단양 휴게소에는 적성 산성이라는 오래된 산성이 있고 산책하기가 좋아서
운전중에 생긴 긴장을 풀거나 출장지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털어내기 위해 가끔 들립니다.
내가 다녀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만한 경관을 볼수있는곳은 이곳이 최고지요.
하루종일 안개속을 헤집고 다녀서인지 머릿속도 안개속처럼 몽롱합니다.
흐릿한 머릿속에 깔끔한 소주한잔 부어주면 맑아지려는지.
아니면 점점 더 몽롱한 바다에서 섬만 떠 오를것인지.
인생은 안갯속 섬을 찾아 떠도는 통통배입니다.
어느섬을 찾아 갈것인가 어느섬에 안주할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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