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한낯 햇살이 좋습니다.
옥상에 이불 툴툴 털어널고 나서 오랜만에 자전거나 타 볼랍니다.
산속으로 들어가려니 혼자서 갈 엄두가 안납니다.
군데 군데 얼어붙은 곳이 있을터이고 얼음판에 미끄러져서 엉덩이라도 깨지면 어쩝니까,,,
이럴땐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보는것도 좋습니다.
개울물 한켠을 막아서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네요.
해마다 만들기는 하지만 올해는 추운날이 많아서 얼음이 제대로 얼었겠네요.
그래도 이젠 이 얼음판도 끝물입니다.
얼음 색깔이 푸석푸석한 하얀 색인거보니 이러다 비라도 한번 내리면 죄다 녹아버릴테지요.
꽁꽁 언 두꺼운 얼음은 푸르스름하고 투명한데다 반짝 반짝 빛이 나지요.
앉은뱅이 썰매를 타는 아이들,
자신의 어릴때 모습을 아이에게서 발견하는 아빠 엄마들.
누군가는 재빠르게 썰매를 만들어서 썰매대여업을 시작했네요.
비닐로 바람을 막아 쉼터를 만들고 뜨끈뜨끈한 어묵에 붕어빵도 팔테고요
드럼통으로 군고구마도 구워 파나봅니다.
지나고 보니 올해 추위도 뭐 그냥 견딜만했다 싶습니다.
많이 추운날은 영하 이십도까지도 내려갔지만 추위를 견디고 난 후인지
그 후로 찾아온 영하 십몇도는 그냥 그랬습니다.
원래 세상의 모든 일이란게 아무리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다 견딜만한 법이지요.
한적한 길옆 농가의 트랙터가 겨울햇살을 받으며 봄을 기다립니다.
지난 겨울에 트랙터가 한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눈을 치운정도 뿐일겁니다.
따뜻해져야 비싼 몸값을 하지요.
트랙터가 겨우 눈이나 치우며 시간을 떼워서야 주인장께서 좋아하겠습니까?
주인장님은 트랙터에 큰 기대를 걸고 정들었던 황소를 팔았을테니까요.
아!
산아랫쪽 복숭아 과수원의 나무들 색깔이 발그레하게 물이 오르나봅니다.
이곳의 봄꽃은 산수유가 가장 먼저 피고 그후로 매화,복숭아등이 순서대로 핍니다.
가을부터 가지의 물을 말려버리고 겨울 날 채비를 했던 나무들이 어느새 봄을 준비하며
수관,채관으로 봄기운을 빨아 올리고 있나봅니다.
그래도 어찌 가지색이 이리 발그레하게 달아오릅니까?
여름날 잘 익은 복숭아가 발그레한건 봄기운을 빨아올린 가지의 힘이었나 봅니다.
사진 몇장 찍는데 갑자기 누가 말을 겁니다.
"거 뭘 찍는거요?"
깜짝이야,,,
과수원 주인아저씨인가 본데 웬 시커먼 복장을 한 녀석이 자전거는 짜빠트려놓고
자기 밭을 찍어대니 이놈이 웬놈인가 싶을겝니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하나,,,
"과수원 찍었는데요,,,복숭아 나무에 물 올라가는게 신기해서요,,,"
별 싱거운 사람 다 봤다는 눈초리로 날 쳐다보십니다.
근데 암만 봐도 내가 누군지는 알 도리가 없을겁니다.
자전거탄다고 헬멧썼지요 햇빛 강하다고 시커먼 고글 썼지요,
찬바람에 얼굴 시렵다고 코랑 입이랑 다 가리는 마스크 썼으니 내가 옆집 사람이라도 몰라볼겁니다.
의아한 아저씨 눈초리를 뒤로하고 얼른 자전거에 올라 앉아서 내 달립니다.
바람은 아직 차고 시렵습니다.
아직은 보내주고 싶지않은 겨울이긴 하지만 내가 잡던말던
겨울은 제 갈길로 내 자전거보다 빨리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