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랑 대회한번 나간걸 너무 많이 우려먹는거같아서 그만 쓸까 싶다가
마무리는 지어야겠기에 다시 쓴다.
첫번째 피드존은 박달재고개밑에 있는 마을 한가운데 차려져있었다.
마을사람들이 길가에 나와 손을 흔들어주고 응원해주는 바람에 잠깐이나마
안 힘든척 나름 씩씩하게 달려나가다가 누군가 막걸리 한잔 먹고가라는 권유에 얼른 섰다.
피드존엔 생수와 막걸리가 한상 차려져있었다.
당연히 난 막걸리 한사발을 선택했다.
그리곤 진행요원에게 농담도 한마디 던졌다.
"막걸리 먹으면 음주운전 아닌가요?"
외국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않았었다.
그런 장면들을 볼때마다 참 신기했다.
어떻게 저리 여유로울수가 있을까,,,
그네들은 심성이 참 여유로운가보다,,,
그래서 나도 안 힘든척 농담한마디 던져봤다.
두번째 피드존은 의외로 가까이 있었다.
피드존이 가까이 있다는것보다는 박달재정상이 의외로 가까웠다.
코스의 종점이 박달재정상이랬는데 그럼 벌써 다 왔다는 얘긴가?
나랑 똑같은 의문을 가졌으나 나보다 입이 빠른 누군가가 진행요원에게 물었다.
"여기가 박달재 정상이니까 다 온거죠?"
진행요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저 앞에 보이는 숲으로 들어가세요. 포기하고 싶으시면 왼쪽이 정상이니까 그리로 가시고요."
입이 빨랐던 그 사람은 망설이는듯했다.
난 일단 막걸리 두사발을 연거푸 들이켰다.
그리곤 지체없이 눈앞의 숲길로 들어섰다.
아마도 그 진행요원이 앞으로도 두개의 산을 넘어야한다고 말해줬으면 나도 고민했을꺼다.
숲길은 두번째 싱글코스였다.
눈앞에 포진하고있는 사진사들을 만났다.
젠장,,,
멋지게 폼을 잡아도 시원찮은데 하필이면 자전거 앞바퀴가 나무등걸을 들이박았고
난 폼나게 쑤셔박혔다.
사진사들이 넘어진 나를 마구 찍어댔다.
주섬주섬 일어나며 그들에게 말했다.
"넘어진거 찍었죠?"
그랬단다,,,
(근데 아무리 뒤져도 넘어진 사진은 없더라.그런 사진이 리얼하긴 할텐데,,,)
다행히 약간의 언덕을 끌어가며 넘은후 내리막길을 달렸다.
그 내리막길후 시작된 공동묘지 언덕길에서 난 무시무시한 대형 쥐와 만났다.
그토록 끔직한 쥐라니,,,
쥐를 느끼자 마자 얼른 클릿에서 발을 빼고 안장에서 내려서는것까진 가능했다.
거기까지가 내가 움직일수 있는 한계였다.
난 자전거에 걸쳐진 어정쩡한 자세로 십여분을 서 있어야했다.
다리를 움직일수없으니 자전거에서 이탈하려면 꼿꼿이 선채로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거꾸로 매달려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 했다.
쥐가나서 옴쭉달싹 못해도 시간은 가고 그 시간따라 수많은 자전거들이 날 지나쳐갔다.
한참 지난후 겨우 자전거에서 떼어낸 다리를 질질 끌어가며 길가 돌무더기있는곳으로 갔다.
몇 발짝만 더 가면 나무 그늘이 있었지만 몇발짝 더 갈 여유는 없었다.
배낭을 베고 누운채로 다리를 돌위로 걸쳐서 발의 피로를 풀어보고자 했다.
이번엔 노래도 안나왔다.
누군가 지나치면서 물었다."파스 드릴까요?"
빌어먹을 자존심이 남의 호의를 거절하게 만들었다.
"괜찮아요.좀 쉬었다 갈께요. 먼저 가세요"
그사람이 내 눈앞에서 사라질때까지의 몇초동안 난 내 입을 찢고 싶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건 파스와 맛사지였는데,,,
한참을 그렇게 땡빛에서 쉬었다.
그리곤 또 길위로 올라섰다.
잠시후 만난 피드존에서 내 텅빈 위장속으로 막걸리 두잔을 더 보급했다.
한잔을 시원하게 원샷하고나니 그제야 나를보고 웃고있는 마트형님 얼굴이 보였다.
형님은 이미 샛길로 빠져서 코스를 이탈했단다.
형님이 그랬다.
"인제 다 왔어. 조~기 앞에까지만 가면 되돌아와서 언덕하나만 올라가면돼"
그 말만 믿고 물병에 물을 안채운채 피드존을 떠나건 큰 실수였다.
되돌아오리라고 믿었던 길의 끝에서 진행요원이 가리킨건 산으로 올라가는 임도였다.
산길에서 내 옆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가던 사람들은 모두 초짜들이었던 모양이다.
다들 지쳤고 중간중간 퍼질러앉아 있거나 눕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중간중간 그들틈에 섞여 퍼질러 앉거나 눕거나 반병뿐인 물을 한모금씩만 홀짝 거렸다.
게중엔 반병뿐인 나의 생명수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을게다.
한쪽에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펑크난 자전거를 고치고 있었다.
내 짐작으론 레이스의 끝부분이려니 싶어 과감하게 하나뿐인 내 예비튜브를 그들에게 줬다.
그리곤 겨우 일킬로도 못가서 내 튜브가 터졌다.
속이 터졌다.
이젠 자전거를 끌고 가야할판이다.
그때 누군가가 내게 튜브를 건네줬다.
오 하느님.
길 한편에서 자전거를 뒤집어놓고 튜브를 교체하다가 문득 친구의 응원이 있으면 참 좋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난 늘 생각만 할 뿐이고 행동은 내 몫이 아니다.
반병뿐인 물은 이미 떨어졌다.
난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서 결승점까지 가야했다.
고개를 겨우 넘어 내리막 중간에서 구세주같은 피드존을 만났다.
게다가 파스까지 한통 얌전히 놓여져있었으니 난 저절로 하느님을 외쳤다.
오~!하느님
한병의 물을 목구멍에 부어버리고 한병을 자전거에 꽂았다.
수시로 쥐가 얼굴을 내미는 부실한 다리전체에 매캐한 파스를 듬뿍 뿌렸다.
이놈의 쥐새끼들 질식해버려라,,,
내리막길로 거저먹는건 얼마 못가 끝났다.
울퉁불퉁 돌밭천지의 험한 내리막 싱글코스다.
내 앞에 한사람이 오른쪽 풀숲으로 쑤셔박혔다.
괜찮냐고 말한마디 던지기가 무섭게 이번엔 내 앞바퀴가 바윗돌을 박았다.
중심을 뒷쪽으로 이동하느라 안장뒤로 엉덩이를 쭉 빼고 있던 찰나라 돌을 박은 충격은
고스란히 아랫도리로 쏠렸다.
뻐근한 통증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겨우 마을길을 만나고 포장도로로 들어설때까지.
이젠 정말 다 와간다고 느껴진건 정상까지 3킬로 남았다는 표지판을 봤을때였다.
문제는 언덕길이 3킬로 남았다는거였지만 지금까지 온게 억울해서 난 끝까지 가야했다.
젠장.
새 물병하나 꽂은게 어느샌가 빠져나가버리고 또 물부족이다.
그래. 물 먹으러 가자.
완주는 했지만 무려 여섯시간이 넘게 걸렸다.
백킬로를 타는 사람들도 어지간한 사람들은 죄다 골인했을 시간이다.
겨우 육십여킬로를 타고 뻗어버린 내게 백킬로를 완주하고도 힘이 남아도는 그들은
핵전지를 장착한 유니버셜 솔저쯤 되는 사람들이 틀림없다.
내게 필요한건 뭐?
체력보강.
근데 밥먹고 길바닥에 퍼져 누운 내 사진은 누가 가지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