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보라카이

치악동인 2016. 3. 5. 11:05

 

 

 

백팔십명 타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네시간쯤 날아가서 내린곳은 필리핀 칼리보공항.

안동시외버스터미널만한 공항터미널이다.

세관검사가 무지 시간이 걸려 그 작은 터미널안에서 입국심사대의 줄이 또아리를 틀었다.

혼잡하다보니 한바퀴를 돌아선줄이 줄의 중간으로 붙어 의도치않은 새치기가 되고 운 나쁘게 젤 마지막으로 세관통과하니 지친 세관원이 검사를 생략한다.

 

공항밖에서 기다림에 지친 가이드와 먼저 나와있던 사람들이 합류하여 점심부터 해결한다.

거봐라.먼저 나간다고 좋은게 아니다.

김치찌개다.

맛은 별로지만 뱐찬도 리필해주는 한국식당이다.

까띠끌란부두까지 대략 두시간쯤 버스로 이동.

수영만 잘 하면 헤엄쳐도 건널법한 빤한 거리에 뵈는 성이 보라카이란다.

그래도 배로 십오분쯤은 걸린다.

배는 방카라고 불리는 작은배다.

배의 옆구리를 뚫어 긴 통나무를 꿰고 그 통나무에 배의 길이방향으로 또 통나무를 두줄씩 엮어 균형을 잡았다.

배의 전복을 방지하려는 목적인듯 싶다.

 

보라카이는 작은 섬이다.

애인 데불고가서 사나흘이면 소문 다 날만한 작은섬.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화이트비치와 다양한 푸른빛의 바다

특히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단다.

치안이 불안하다는 필리핀중에서 보라카이 만큼은 아무 걱정없이 자유로운 활보해도 된단다.밤이건 낯이건.

사실 불안해하는건 우리 맘이다.

가진걸 뺏길까 두려워하는 맘.

여행기간 내내 우린 작은 가방하나씩을 메고 다녔다.

숙소엔 금고가 있어 중요품은 거기다 두고 지폐몇장만 넣고 나가면 자유로울수 있지만 내 아내는 걱정이 많았다.

손님중에 누가 필리핀여해중에 도난사고를 당해 곤란했다고 주의하랬다니 숙소의 금고를 믿을수가 없었던것이다.

참 폼안난다.촌티 줄줄이다.

 

여행기간 내내 도착하는날 반짝

떠나는날 반짝 날이 좋았다.

비가 잦았고 바닷물에 젖은 몸은 추웠다.

삼일째 오전 호핑투어를 마치고나서 아내는 본격적으로 열이 나기 시작했다.

가이드에게 특효약이라는 감기약을 얻고 오후일정을 취소했다.

약을 먹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든 아내옆에서 소나기 내리는 오후를 보냈다.

겨우 열이 내리 아내는 아침일찍부터 시장을 나가잔다.

기념품이라도 사자고.

아무것도 사지말자던 당초 계획은 슬찬이의 팔찌로 시작해서 주변의 어린아이들 모두로 늘어났고,

알록달록한 가죽손가방은 딸아이와 자기꺼만 사겠다더니 언니와 동생,처남댁들까지로 확대되었다.

계획이 바뀔때마다 난 환전소를 찾아다녀야했다.

마지막날이니 굳이 쓰지도못할 페소를 남기고 싶지않았다.

그런 기념품은 단언컨데 겨우 한번쯤정도 쓰면 아주 잘 쓰는것일게다.

여자와 남자는 분명 다르다.

그런 기념품이 쓸모없다는거 여자도 모르지는 않는다.

그래도 사는게 여자다.

 

보라카이는 좋았다.

바다빛깔도 좋았고 특히 잠깐 들렸던 푸카비치는 정말 좋았다.

해변의 밤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걷고 즐기기 좋았다.

노천카페에서 떠듬떠듬 주문을 하고 옆자리의 외국인과 눈인사를 하고 호객행위를 하는 원주민과 농담도 한다.

용감하게 알비노 구렁이를 목에 걸어도 봤고 새끼악어와 살짝 뽀뽀도 했다.

물론 주둥이를 묶어놨으니 위험하진 않다.

제일 좋았던거 물속이다.

스쿠버다이빙으로 수심 5미터 정도를 들어가는데 만화영화속으로 내가 들어가있는 느낌.

니모를 봤는지 못봤는지도 모르겠다.

보긴 본거같은데 모든 고기가 다 니모였다.

아쉬운건 그 아름답다는 노을을 보지못한거.

 

보라카이로 들어가고 나올때의 복잡하고 고단함정도는

충분히 감수할만한 좋은 여행이었다.

4월엔 별이 하늘 가득 빛난단다.

시월말의 할로윈엔 해변가득 축제가 열리단다.

연말엔 각 리조트에서 쏘아올리는 불꽃놀이가 장관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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