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가을풍경_당황한 꿩

치악동인 2014. 10. 2. 13:57

 

오늘도 자전거로 공장주변을 한바퀴돈다.

아랫동네 입구에서 한켠으로 빠져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는곳으로 방향을 잡는다.

고개 숙이며 익어가는 벼에는 메뚜기 똥이 시커멓게 붙었다.

이 동네는 우렁이 농법을 쓰기 때문에 메뚜기가 많다.

여릉 어느날에는 논에서 흘러넘친 물줄기를 따라

주먹만한 우렁이가 우르르 길위로 행진 나오기도 한다.

길의 오른쪽엔 수로가 있는데 수풀사이에서 자주

꿩부부와 비둘기부부가 날아오르기도 하는데.

오늘은 꿩 부부가 날았다.

두마리가 날았다고 확인절차도 없이 부부라고 단정짓는게

조금 성급하긴 하지만 확인할길도 없으니 그리 믿자.

꿩은 날갯짓소리도 요란한데다 시끄럽게 떠들기까지 하니

그럴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곤했다.

한마리가 먼저 날았다.

또 한마리가 날아오르려 도약을 하다가 발을 헛디뎠다.

볼쌍사납게 주둥이를 쳐박더니 버둥거린다.

물론 자전거를 세우고 뛰어가기전에 그 녀석은 날아올랐고

더 시끄럽게 떠들며갔다.

꽁지가 길고 화려한 장끼다.

 

녀석의 실수에 혼자 길에서 한참을 웃었다.

이것도 내가 마주하는 가을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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