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사에서 만항재 오르는 길.
눈발이 날리고 있다.
하지만 하늘이 밝고 흩날리는 눈발로 보아하니 쏱아져 쌓일눈은 아니다.
차라리 설경이 기대되는 눈이다.
태백산에서도 보지못한 주목나무 눈꽃을 함백산에서 보게 되다니.
그것도 이른 새벽이 아닌 오전시간대에 말이다.
어디선가 멋진 주목나무 상고대 사진을 만난다면 그 사진을 찍기 위해 캄캄한 이른 새벽에 산을 기어올랐을,
그리곤 해뜨기를 기다리며 추위와 싸우면서 배터리 얼지 않도록 손에 감싸쥐고 호호 불어가며 찍은 사진임을 알아야 한다.
그것도 그날 그 시간의 날씨가 도와 줘야 가능한 일이니 그 멋진 사진 한장을 남기려고 그 짓을 끝없이 반복했으리라.
그런데 난 버스로 편안히 만항재에 올라 겨우 한시간 남짓 걸어서 이 풍경을 만났으니 기가막힌 행운이다.
역시 사람들이 많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억세게 운 좋은 사람들이다.
눈발이 흩날리는 중에도 멀리 함백산 정상 한켠의 구름이 걷히고 있다.
그리곤 은색으로 황홀하게 빛난다.
저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발걸음이 가볍다.
주목나무 상고대는 함백산 정상을 지나 중함백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다.
눈부신 은빛 능선을 따라 왼쪽은 하늘이 열리고 오른쪽으론 구름이 피어오른다.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습기가 산맥을 만나 구름이 되나 보다.
함백산 정상부근의 통신탑도 하얗게 상고대가 피었다.
등산객중 누군가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수묵화 같애"
울긋불긋한 사람들만 빼면 그렇겠다만,,,
푸르게 열린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이 또한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
여름날 햇빛 쨍쨍한 하늘에서 하얗게 쏟아지는 여우비를 닮았다.
어떤이는 천상의 설원에서 주목나무 아래에 점심 식탁을 차렸다.
이건 너무 호화로운 식탁이다.
지나온 길 돌아보니 함백산이 더욱 빛난다.
2월에도 이런 풍경을 만날수 있을까,,,
산맥에 가로막힌 구름이다.
영동과 영서의 날씨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
2014년 1월26일 새해의 첫 산행은 아주 운이 좋았다.
카메라 노출고정 버튼을 잘 못 조작해서 망쳐버린 사진이 아쉽긴 하지만 내 눈에 담은 풍경만큼 좋은 사진이 어디있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