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고

가을담은 시 한수

치악동인 2011. 11. 10. 15:29

 

                                                                        ----------저물어가는 사제리 들녁에서------

 

 들국

                ---김용택 ---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아래 물빛만 저리고우면 뭐한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 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한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있으면

뭐헌다요 뭔소용이다요

'시간을 멈추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은 시  (0) 2015.09.19
따뜻한 그리움  (0) 2014.05.23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0) 2011.10.05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0) 2011.08.27
선천성 그리움  (0) 2011.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