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휴식

치악동인 2011. 7. 9. 11:47

아주 뜨거운 날이었다.

적당한 그늘이 있는 숲길을 찾아야 했다.

홍천 수타사에 조성된 산소길이 걷기 좋다는 평이 있어서 그리로 나섰다.

수타사 오른쪽으로 난 숲길로 들어서면 절을 삥 돌아서 계곡을 아래에 둔 숲길이 나온다.

평평하고 그늘진 길이 아주 걷기 좋다.

입구 강가에 앉은 사람들.

좋은 사람과 강가에 앉아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는 경험은 아주 오래 간직될 기억일게다.

말을 하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고 아예 멈춰버린 풍경도 좋다.

아예 시간까지 멈추면 더 좋겠지.

어떤 이는 누워 책을 읽고 어떤이는 강가에서 그림을 그린다.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즐기고 휴식을 즐긴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사랑이다. 

강가의 아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돌과 나뭇가지와 모래를 만질까.

어린 나이에도 모래만으론 안된다는걸 알았을까?

 

재료가 똑 같은데 어른들이라고 별수 있을까.

겨우 돌담을 만들고 모래를 쌓아 테두리를 만든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개울가에서의 생각은 비슷한가보다.

사랑도 비슷하다.

십대의 뜨거움이 사십대라고 덜 뜨겁진않다.

다만 사랑보다 생활이 더 중요하다는걸 이미 알아버렸다.

산행후에 지친발을 찬물에 담그고 주물러 주면 피로가 풀린단다.

휴식은 어떤 방식으로든 필요하다.

스스로 감당할수 없을 정도가 되기전에 쉬어야한다.

낙타가 되지말고 말이 되어야한다.

난 말이 될거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 할거다.

그런데  자신이 말 인줄 아는 낙타도 있긴하다.

그게 나 일수도 있다. 

강 건너에서 아이 아빠가 아이를 번쩍 안아 들었다.

머리위까지 한껏 치켜들어 환하게 웃을때가 셔터타이밍인데 아쉽게도 놓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행동을 딱 맞춰 담는다는거,

그건 쉬운게 아니다. 

이 세상에 타이밍 안맞는 일이 어디 한둘인가.

 

어제 오늘 비가 많이 온다.

강은 거칠게 흘러갈테고 모래성은 흔적도 없어졌지만 기억은 남았다.

 

기억을 곱 씹으면 살아가는것도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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