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한가운데로 *아낙 닭*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꼬꼬댁이 꾸꾸댁한테 물어봤습니다.
꾸꾸댁도 이런건 오늘 첨 봅니다.
건너편에 있는 파닥댁한테 물어봐도 모른답니다.
허,,,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꽃뱀 한마리가 공장 마당을 어슬렁거리다 하필이면 뱀 잘 잡는 김실장 눈에 딱 걸렸습니다.
김실장은 고교시절에 뱀좀 잡았던 사람입니다.
살모사를 사로잡기도 했고 구렁이도 잡아 봤답니다.
그거 팔아서 친구들과 설악산 여행도 갔다는데 그런 사람눈에 꽃뱀정도야 우습지요.
꽃뱀이 기껏 도망친다고 도망친게 족구네트 걸친다고 세워둔 드럼통 밑입니다.
김실장이 도망간 놈을 찾는다고 드럼통을 제꼈는데 운없는 꽃뱀이 하필 그 밑에 깔려서
정신줄을 놓았습니다.
축 늘어진 그놈을 닭장에 던져 놓으니 아낙닭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근데 왜 아낙네들만 모여들까?
사람같으면 정력에 좋다고 남자들이 우르르 모일텐데,,,
우리 회사 암탉들에겐 큰 고민거리가 있습니다.
성비 불균형입니다.
수탉 두마리에 암탉이 열네마리.
언듯 생각하기엔 수탉이 모자르겠다 생각하겠지만 상황은 정 반대입니다.
수탉 두마리가 암탉 열네마리의 등때기를 홀랑 다 까 놨습니다.
암탉들이 기를 쓰고 수탉의 정력증강을 막아야하는 이유입니다.
작년 봄에 병아리 백여마리가 우글거리던 닭장은 몇달이 지나자 커져버린 닭들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이십여마리 정도면 적당할텐데 욕심많은 우리 뚱땡이 전무가 왕창 사다놨습니다.
중간에 절명하는 녀석들을 예상했다나 우쨌다나,,,
중닭이 될때까지 기적적으로 한마리도 안죽고 다 살았습니다.
딱 한마리가 따스한 봄날 풀이라도 뜯어먹으라고 닭장문을 열어줬더니 학살자 한국이 앞에서 얼쩡대다가
그만 목숨을 잃었을뿐입니다.
그러니 면적대비 개체수를 조절해야하는 몫은 사람몫이 됐습니다.
여름 복날 세번을 넘기고 나니 꽤 많이 줄었습니다.
회사 방문하는 손님중에 아련한 시골추억을 떠 올리는 촌놈출신 인사들에겐
푸드득대는 생닭을 선물로 줬습니다.
엄청 좋아합니다.
대충 개체조절도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자 닭들은 알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주말만 지나고 나면 닭들이 몇마리씩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몇십마리씩 있으니 처음엔 없어지는줄도 몰랐습니다.
그러더니 어느샌가 스무마리.
열여덟마리,,,열 여섯마리,,,
부랴부랴 닭장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특별관리에 들어간 이후로 더 이상의 닭 행방불명 사태는 없었는데
그때부터 암탉들의 등때기는 성할날이 없습니다.
잠시 꽃뱀의 동태를 지켜보는 와중에도 한 구석에선 바닥에 엎드려 한낯의 오수를 즐기는 암탉을
후다닥 수탉이 범해버리고 그 수탉을 다른 수탉이 쫒아냅니다.
그래봐야 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올 봄부턴 계란을 꺼내오지 않고 품도록 그냥 뒀습니다.
그저께 여섯마리의 병아리가 태어났습니다.
몇마리의 아낙닭들이 구석에서 알을 품고 있으니 더 태어나겠지요.
이녀석은 삼십여개의 알을 품고 있었는데 겨우 여섯마리 부화하고 난 후에는 알을 품지 않습니다.
아마 나머지 알들은 품어봐야 소용없는가 봅니다.
그걸 어떻게 아는지 참 신기합니다.
병아리 한마리가 엄마 앞에서 까불다 엄마 한테 쪼여 넘어졌습니다.
첨엔 엄마한테 애교 떠느라 버둥대는줄 알았는데 이놈 못 일어납니다.
일으켜줄려고 다가가는데 암탉녀석이 깃털을 바짝 세우고는 달겨들태세입니다.
그러면 지가 일으켜주던가,,,
암탉이 딴데 쳐다보는 사이 얼른 일으켜 세웠더니 얼른 엄마 곁으로 뛰어갑니다.
저놈이 커서 내게 흥부의 박씨라도 하나 물어다 주려나요?
닭장을 어슬렁 거리는 나를 쳐다보는 한국이 눈빛이 말합니다.
"아나~떡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