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하니 심심하다.
불꺼지는 날이 없던 공장이 요즘들어 한가하다.
다섯시반 땡하면 우르르 몰려나간다.
묵혀둔 휴가를 써먹느라 휴가자가 많으니 군데군데 이가 빠진다.
한가하니 감기가 왔다.
가게에 새로 출근한 영선씨가 목이 아프다고 헛기침을 하더니 그 다음날
내 목이 칼칼하고 따끔거린다.
영선씨랑은 아직 어색해서 가까이 다가서는일도 없었는데 왜 감기가 옮나.
독한놈이 오기전에 병원엘 갔다.
약을 먹었는데 목은 더 아프니 약효가 없는것인가 올게 온 것인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다더니 셋째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큰누나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둘이 아버지 산소에 내려온단다.
잘됐다.
나도 휴가다.
지난번 셋째누나랑 산소에 다녀온지도 얼마 안됐는데 울 아버지가 그러시겠다.
'이놈아 웬일이냐??'
그래서 좋으시우?
오랜만에 산소 핑계로 시골 나들이한 누나들에게 바람을 쐬어줘야겠어서
벚꽃이 한창인 청풍으로 나갔다.
그러고 보니 그저께 밤에 찬바람 맞으며 마누라랑 다녀간후로 감기가 심해진것도 같고,,,
청풍에서 누나들에게 맛있는 고기를 먹이려고 별렀더니 큰누나의 오래된 친구가
제천으로 불러낸다.
그곳에서 꽤나 유지인 그 형님은 술먹이는 다양한 방법을 가졌다.
목이 아파서 안 먹으려던 술을 어쩔수없이 마셨다.
운전의 족쇄는 대리운전으로 맡기기로 하니 빗장풀린 목구멍으로 소맥 폭탄주가
그야말로 술술 넘어간다.
이번 감기는 술과는 상극인가 보다.
다음날은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만큼 목이 잠기고 서울출장다녀오는데 열이 치솟았다.
몽롱한 상태로 겨우 회사복귀해서 겨드랑이에 온도계를 꼽았다.
39.3도,,,
조금 더 꽂아두면 더 올라갈듯도 싶은데 그것보다 중요한건 얼른 열을 떨구는일이다.
미덥지 않은 병원처방이지만 별다른 수가 없다.
그래도 약먹고 한숨 자니 열은 내렸다.
떨어질듯 말듯 감기 참 오래간다.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목은 갑갑하고 기침까지 간헐적으로 터진다.
그나마 오늘이 제일 상태가 나은듯하고 비도 그쳤길래 점심산책을 나섰다.
굵은 나무 한그루가 뚝 부려져 산책로를 막아섰다.
하필이면,,,젠장.
내 혼자 힘으론 꿈쩍도 안하겠다.
처음 보는 꽃이다.
똑딱이로 초점 잡기가 무지 힘들어 수십여장을 찍었는데 겨우 이 모양이다.
인터넷 뒤져보니 솜나물이란다.
꽃봉오리는 붉은데 꽃이 펼쳐지면 하얗다.
내일은 또 비가 온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