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은 휴일
같이 놀아준다던 아내는 계획을 바꿔 가게로 나가버리고
혼자 또 산이나 가겠다고 길을 나섭니다.
몇번씩 가는 치악산은 조금 지겨워서 월악산과 소백산을 저울질하다가 소백산으로 갑니다.
아내 출근하고 주섬주섬 옷 줏어입고 나가니 해는 이미 중천이지만 날씨는 제법 맵습니다.
지금은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죽령고갯길을 올라갑니다.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기전에는 이길이 통행량이 무척 많았더랬지요.
서울에서 안동쪽으로 가려면 이길 뿐이었으니까요.
나도 경상도 출장갈땐 늘 이길로 다녔고 가끔은 여기보다 더 험하다는 저수령을 넘었습니다.
한 해는 경상도에서 설밑에 출장마치고 올라오다가 죽령길에서 눈을 만나서
아주 죽을 애를 먹었습니다.
야생동물들에 대한 배려를 당부하는 주의표지가 눈에 뜨입니다.
고속도로 개통이후 한산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차들이 많이 다니는곳이라
야생동물 로드킬이 자주 발생하나봅니다.
우리나라가 야생동물에 대한 배려를 시작한지는 얼마나 됐을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젠 도로를 건설하면서 상당부분 많이 배려하는듯해서 다행입니다.
자연상태 그대로 유지하는것이 가장 좋겠지만 사람의 편익를 위하여 일정부분의 개발은
진행되어야할테지요.
다만 사람도 살고 동물도 살고 나무도 살수있는 물도 제대로 흐를수있는 그런 친환경적인 개발로요.
죽령을 뻥 뚫어버린 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이 보입니다.
터널은 산짐승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다른 어떤 지하생태에 영향을 미치겠지요.
죽령고개에서 소백산 연화봉으로 오르려던 계획은 취소입니다.
아이젠을 깜빡하고 빠뜨렸습니다.
항상 배낭에 넣어두었는데 지난번에 배낭정리하면서 신발장 한쪽에 치워둔걸 잊고는
덜렁덜렁 나왔나봅니다.
입구에서 4발짜리 아이젠을 팔긴 하는데 우라지게 비싼데다 있는 아이젠두고
또 사려니 아깝기도 하고
어차피 시간이 늦어 오랜 산행은 힘들테니 오늘 산행은 다음으로 미루지요.
아쉬움을 남겨야 또 오지요.
오랜만에 단양주변이나 둘러볼랍니다.
단양역앞에 열차를 테마로한 카페가 생겼습니다.
따뜻한 연탄난로 굴뚝이 보이고 여행객들이 몇몇 카페열차로 들어갑니다.
난 혼자라서 안 들어갑니다.
혼자일때사람들 많은곳은 사절입니다.
더 외롭거든요.
고수동굴로 가는 대교위에서 바라본 단양은 하얗게 얼어붙었습니다.
영월을 거쳐 청풍,충주로 흘거내려가는 남한강도 꽁꽁 얼었습니다.
지금의 단양은 정확이 말해서 신단양입니다.
남한강물을 충주에서 막아서 충주댐이 됐는데 원래있던 단양은 수몰이 되고 신단양을 만들었지요.
단양에는 단양팔경이라고 부르는 경치 좋은 몇곳이 있는데 그중 제일 으뜸이라는
도담삼봉도 수몰이 될거라고 해서 무지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도담삼봉은 수몰되지 않아서 그 멋진 풍광을 지금도 볼수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강을 따라 단양팔경중 제1경 도담삼봉을 찾아갑니다.
안타깝게도 단양에서 도담삼봉에 이르는 강길은 4대강 사업때문에 많이 파헤쳐져 있습니다.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꼭 이렇게 파헤치는것만이 강을 살리는 길이라니 난 잘 이해가 안갑니다만,
제발 이 방법이 다행히 옳은길이었길 바랍니다.
그래서 몇년후에는 아픈 상처들이 깨끗이 아물고 푸른강이 흐르고 꺽지와 쏘가리가 노니는 강이 되길 소원합니다.
강이 헤쳐진 모습은 정말 안쓰러운 풍경이라 차마 사진한장 찍을수가 없었습니다.
신음하는 강에게 미안했습니다.
드디어 도담삼봉입니다.
항상 푸른물이 휘감아도는 도담삼봉을 보다가 하얀 얼음에 갇힌 도담삼봉은 처음입니다.
갇혔다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두꺼운 얼음위로 사람들이 도담삼봉의 정자까지 걸어서 가니 얼음은 새로운 길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충주호 유람선이 오는곳인데 배는 얼음에 갇히고 사람들은 오히려 자유롭습니다.
저 두꺼운 얼음밑에는 아직 쏘가리가 노닐고 있을겁니다.
내가 어렸을때는 저 강에 그물을 던지면 메기와 쏘가리를 한 양동이씩 잡아 올렸었지요.
지금도 이 강에서는 쏘가리를 비롯한 고기가 제법 잡힌다고 알고 있습니다.
부디 파헤쳐진 강이 얼른 제모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어이 부탁을 하자면
강을 따라 만든다는 자전거길은
강가 무성한 갈대밭을 따라 포장을 하지 않은 울퉁불퉁한 좁은 소로 였으면 좋겠고,
강변을 이용한 친수공간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위락시설이 아니라
푸른 야채를 키우는 유기농 야채단지 였으면 좋겠습니다.
강바닥은 보를 세워 물을 가두기보다는 크고작은 돌들이 물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고기들이 보금자리를 만들며 알을 낳을수있는 생태바닥이면 좋겠고,
강뚝은 강을 좁혀 콘크리트로 높게 쌓지말고 강이 화가 났을때도 화를 삭이며
도도히 흘러가도록 넓게 넓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얼어붙은 강이 맞아야 하는 봄은
물이 자연스럽게 천천히 생명들을 어루만지며 흐르는 강이 되길 바라며 발길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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