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조카중에 가장 아픔을 많이 겪은 녀석이다.
엄마는 기억도 안나는 어린 나이에 집을 나가버려서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할머니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초등학교 들어가기전까지 할머니 없인 놀이터도 안 나갔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중에 할머니마저 파킨슨병의 악화로 우리 집으로 모셔오면서
이 녀석은 정말 끈 떨어진 연이 되어 버렸다.
할머니 생활비조로 형제들이 조금씩 드리는걸로 아이까지 학교 다니며 생활을 하던 상황이었으니,,,
다행히 고등학교 까지는 순조롭게 마쳤고 대학은 진학햇으나 현실 벽에 가로막혔다.
아비는 늘 술에 쩔어 있어 아비 노릇을 못 햇고 그나마도 아이가 군 생활도중 사고로 죽었다.
형제들이 모여 아비의 장례를 치르고 아이는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적당한 회사에 입사했다.
어느날 여자친구를 데리고 우리집으로 왔다.
외로운 녀석이니 결혼 상대를 데리고 왔나? 싶었는데 이 녀석 제 고모에게 귓속말로 속삭인다.
그냥 여자친구일뿐이라고.
그러나 세상일이 어찌 맘대로 될까.
친구일 뿐이라던 여자친구는 아이를 가졌고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었던 녀석은 결혼을 했다.
회사에서 대출을 받고 삼촌과 고모들이 십시일반 보탰다.
주도적인 행동은 언제나 그렇듯 내 아내가 했다.
불쌍한 조카를 돌보며 지내시는 엄마의 생활비도 그랬고 병 드신후의 부양에도 내 아내의 적극적인 행동이 있었다.
녀석은 첫 아들을 낳았다.
결혼식날 술 덜깬 상태로 식장에 나타나 장인 어른의 심기를 건드리더니 다행히도 처가에서 잘 안아줬다.
내 사위가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긴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나무라고 미워한들 어찌할것인가.
이번엔 둘째로 딸을 낳았다.
신기하게도.
일요일 그녀석 둘째 딸의 백일 잔치에 다녀왔다.
결혼전 철 없어보이던 조카며느리가 기대 그 이상으로 잘 한다.
부디 처가사랑이라도 듬뿍 받고 아내와 화목하게 아이 잘 키우며 평온하게 살길 바란다.
세상은 바람이 많이 분다.
언제 어떤 바람이 불지 모르지만 가족이 너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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