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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의 여름

치악동인 2013. 8. 1. 11:46

 

 역시 우리 보리는 털이 복실해야 이쁘다.

이쁜건 이쁜건데 이 여름 더위는 어찌할꼬.

굳이 원전고장이라던가 정부의 에너지 절감정책이 아니더라도

우리집은 전기 펑펑 쓰는 집이 아니라서 에어컨은 장식품이나 마찬가지.

 

 마룻바닥에 배 깔고 엎드린 보리를 자주 본다.

얀이는 걸어가던 자세 그래도 옆으로 털퍽 드러눕는다.

유난히 길고 비 많은 장마덕에 아직 큰 더위는 없었지만 그래도 꼭대기층인 우리집은 덥다.

시계속의 시간이 오후가 아니다.

새벽까지 보리는 저러고 논다.

몇년묵은 먼지를 다 쓸고 다닌다. 

휴가 마지막날 장마끝의 햇살이 무시무시하다.

두놈이 사이좋게 쇼파를 차지하고 누워 낮잠을 즐긴다.

나는 녀석들에게 쇼파를 양보하고 마룻바닥에 눕는다. 

우리의 여름은 이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