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우리 보리는 털이 복실해야 이쁘다.
이쁜건 이쁜건데 이 여름 더위는 어찌할꼬.
굳이 원전고장이라던가 정부의 에너지 절감정책이 아니더라도
우리집은 전기 펑펑 쓰는 집이 아니라서 에어컨은 장식품이나 마찬가지.
마룻바닥에 배 깔고 엎드린 보리를 자주 본다.
얀이는 걸어가던 자세 그래도 옆으로 털퍽 드러눕는다.
유난히 길고 비 많은 장마덕에 아직 큰 더위는 없었지만 그래도 꼭대기층인 우리집은 덥다.
시계속의 시간이 오후가 아니다.
새벽까지 보리는 저러고 논다.
몇년묵은 먼지를 다 쓸고 다닌다.
휴가 마지막날 장마끝의 햇살이 무시무시하다.
두놈이 사이좋게 쇼파를 차지하고 누워 낮잠을 즐긴다.
나는 녀석들에게 쇼파를 양보하고 마룻바닥에 눕는다.
우리의 여름은 이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