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청산도 유감

치악동인 2013. 5. 29. 18:35

청산도가 어디 쉽게 갈수 있는 거리던가.

밤 새 버스를 달려 완도항에 도착해서 또 배를 타고 들어가는곳.

옆에 앉은 아내가 몸이 뒤틀린다며 내 무릎에 다리를 뻗어 얹는다.

그 가냘픈 다리를 얹었을뿐인데 엉덩이가 배겨서 환장하겠다,,,

청산도 가면 그냥 슬로길 트레킹이나 할줄 알았다.

나도 운동화를 신었고 아내는 오늘을 위해 아.쿠.아.슈~즈를 신었다.

그런데 산악회충무가 배에서 내리자마자 대기하고 있는 마을버스를 타랜다.

버스는 산악회 두팀을 가득 태우니 대략 백여명의 승객을 싣고 안개낀 언덕길을 오르다 멈춘다. 

 오우~!환장할,,,

언덕위는 안개가 더 자욱하고 우리 일행은 그 안개속으로 산길을 걷는다.

청산도는 슬로길이라던데,,,

산에서 만난 하얀꽃은 이름을 모르겠다.:인동덩쿨

 

말로만 들어봤던 "청미래덩굴"이란다.

저 열매도 먹긴 하나본데 아직은 떫단다.

누군 저걸 "깜박이"라고 부르더군.

 

안개속을 걸었다.

흐르던 안개는 풀잎에 맺히고 거미줄에 맺혔다.

섬산행은 풍경을 즐기며 걷는 재미라는데 사량도가 그랬고 강화도도 비와 안개때문에 아무것도 볼수 없었다.

 

보적산을 넘어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안개는 점점 옅어진다.

저 마을길을 천천히 걷고자 했는데 산을 넘어 보이는 마을은 멀다.

 

범바위 전망대.

안개는 걷힐듯 하다 다시 심해지고 바람따라 이리 저리 나부낀다.

마을은 희미하다.

 

말탄바위로 오르는 길에서 다리아파하는 아내를 위해 과감히 대열을 이탈했다.

내 보기에 길은 아래동네 권덕리에서 틀림없이 만날테고

안개낀 산등성이를 힘겹게 올라 안개낀 바다를 봐야할만큼의 풍경은 아닐거라는거. 

 

청보리밭은 없다.

나야 보리인지 밀인지 모르지만 아내는 밀이라 말하는 누런 밭이 있는데 바람에 대충 쓰러지고 밟힌 상처 투성이 밭이 있다.

마을 다 내려가서 마늘을 캐고 있는 노부부를 만났다.

할아버지 표정이 참 좋다.

일행을 기다릴겸 할아버지랑 마늘 캐는거나 도와 드릴걸 그랬다.

 

 권덕리 지나 또 작은 산길을 하나 만났는데 시계를 보지말고 걸으라는 의미의 멈춰진 시계옆에서 암만 기다려도 일행이 안온다.

전화로 위치를 물으니 마을까지 오긴 다 왔는데 해안쪽으로 안 올거라고 다시 오란다.

내가 알기론 이길이 맞는데???

 

거봐라.

내말이 맞지.

되돌아간 길을 다시 돌아서 해안길을 걷는다.

해안 절벽으로 길이 나 있는데 "자란"이 절벽에 곱게 피었다.

 

또 다시 어떤 마을에 도착했는데 다들 배고프고 지쳤다.

바닷가 땡빛에 몇무리씩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데 우리껀 오면서 간식으로 다 나눠 먹었다.

다행이 이집 저집에서 떡과 주먹밥을 얻어 먹다보니 얻어먹는게 더 풍성하다.

 

그런데 점심먹고 또 산길로 접어든다니 아내가 반란을 일으켰다.

"나 못가! 밤새 잠못자고 내려와서 죽어라 걷기만 하냐? 이러다 내일 일은 어찌할건데?"

그 말 맞다.

느리게 걷는 청산도라는데 절뚝이며 뭘 본단 말인가?

남아있는 코스가 아무리 서편제길이며 봄의 왈츠를 찍은 멋진 곳이라 한들,,,

배터리 약해서 희미한 스마트폰으로 청산도의 택시회사를 검색하다 결국은 114도움을 받아 택시를 불렀다.

디지털은 꼭 중요한 순간에 버벅대더라는,,, 

 

그래도 이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청산도의 가장 좋다는 풍경이 있는 그곳을 택시로 가로질렀다.

딱 오분 걸리더라,,,

항구 들어가는 길가 작은 횟집에서 전복과 소라를 먹었다.

육지 사람 입맛엔 전복회보다 전복찜이 어울렸다.

아쉬운맘은 시원한 소주로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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