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산책을 마치고 내려 오는길.
풀들이 제법 자라서 이젠 뱀 만날까 무서우니 눈이 땅을 향한다.
철쭉이 환하게 산소앞을 장식한 곳을 지나치면,
공장 마당이 보이는 내리막 길.
응?
땅속 구멍속에서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개구리 녀석이다.
아니 이 녀석은 우수경칩 지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땅속에 웅크리고 있단 말인가?
게다가 저 눈초리하곤.
뭔가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아무래도 이런 철 모르는 개구리한테 계절에 따라 살아야 하는 이치를 가르쳐야 할까보다.
그래서 개구리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일단은 온화한 목소리로 개구리가 놀라지 않게.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썰렁하다 그치?"
다정하게 말을 붙였음에도 개구리녀석 눈도 꿈뻑 안한다.
할수없이 내가 올해 봄을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지 말해 줘야 할듯 싶다.
"얘야. 난 말이지 겨우 얼음도 덜 풀린 밭에서 비닐걷어내는 일부터 시작을 해서,
삼월말엔 밭을 갈아 엎고 감자를 심었단다.
그것뿐만이 아냐.
2주전엔 땅콩과 옥수수를 심었고 어젯저녁엔 고구마도 심었어.
감자가 싹이 올라와 벌써 꽃이 피려고 하는데 넌 그 구멍에서 여태 뭐하는거니?"
좋게 얘기하면 게으른 개구리가 알아 들을줄 알았다.
건방진 개구리놈 들은척도 안한다.
이놈은 내가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가보다.
작년에도 나한테 덤벼들던 독사 한마리가 한방에 이승을 하직한 사실을 전해듣지 못했던 모양이지.
산중 소문도 인간세상의 인터넷만 못지 않다던데,,,
그때.
개구리가 드디어 한마디 했다.
"비켜 짜샤! 나 지금 살모사랑 숨바꼭질 하는중이란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