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치악산이 빛난다.
전날 망년회 후유증으로 머리가 띵하다.
적어도 삼십잔은 마셔야 하는날이니 미리 몸사려서 잔을 조금씩 남겨가며
마시긴 했지만 그것도 어느샌가 잊어버리고 원샷을 제끼고 있었다.
2차를 안 따라가려고 엉디 붙이고 앉아 개겼는데 결국 2차 가는팀에 잡혀서
억지로 시내로 진출했다.
왜 연말이면 아줌마들은 계모임 끝나고 한국관으로 가고
직장인들은 1차회식 끝내고 한국관으로 가는걸까.
한국관 2층 룸으로 끌려올라갔다가 화장실 핑계대고 도망나왔다.
술이 취해서 길이 미로로 보인다.
겨우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탔다.
아홉시 조금 넘어 집에 들어가니 아내가 놀란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철 들었잖아"
아내가 좋아하니 나도 좋다.
그래서 기분 내는김에 조금 더 쓴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현금뭉치를 쥐어줬다.
연말이면 미리 정산하고도 지급치 못한 퇴직금에 대해 이자를 계산해준다.
사실은 그거 믿고 카메라 샀는데 기왕 착한척 하는김에 확 착해져버리자.
"내일 얼굴하는데 보태서 해"
그래 줄때는 확 줘 버리는거야.
그렇게 망년회는 잘 넘겼다.
술에 지지도 않았고 2차에 끌려가 부어라 마셔라 하지도 않았다.
철 많이 들었다.
마지막 날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겹쳐 어제 2차까지 갔던 직원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틀림없이 술값때문에 그럴꺼다.
같이 간다던 사장은 술이 취해 집으로 가고 전무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도 도망갔으니 꼼짝없이 지들끼리 나눠내야 할 판이다.
할수없이 사장 꼬드겨서 전체금액의 2/3을 얻어냈다.
그걸로 땡이다.
나머진 니들이 해결해라고 했더니 그래도 궁시렁 거리는 놈이 있다.
빌어쳐먹을 놈.
돈내기 싫으면 쳐먹고 놀지나 말지.
오전 근무만 하고 일찍 마쳤다.
집에 가는길에 마주 선 치악산이 눈부시게 빛난다.
저걸 제대로 찍으려면 마주 선 산으로 올라가 망원을 들이대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