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사서 고생이다

치악동인 2009. 12. 15. 18:59

앞집 사장님이 미용실 문을 빼꼼 열고 묻는다.

"시즌권 끊었어?"

"아뇨.올해는 안끊었어요."

"시즌권에 넣을 사진이랑 주민번호랑 키 알려줘.싸게 구해줄께"

그렇게 해서 갑자기 스노우파크 시즌권을 얼렁뚱땅 구입했다.

싸게 해준다는말에 딸아이꺼까지 사긴 했는데,

막상 시즌권을 손에 쥐니 고민이다.

나야 시원찮은 장비긴 해도 보드도 있고 옷도 있으니 상관없는데

딸아이는 갈때마다 대여를 했지만 시즌권도 있는마당에 올해도 대여를 하긴 그렇다.

나랑 함께가면 모르지만 저 혼자 셔틀버스를  타고 스키장 가려면

제 장비 락카에 넣어두고 써야하는데 아무래도 올핸 보드며 보드복을 사줘야겠다.

 

그런데 이놈의 보드가격이 참 만만치 않다.

일년에 겨울시즌만 겨우 몇번 타는 보드인데 수십만원씩 들여서 샀다가

이놈이 별 재미없다고 안타면 얼마나 아까울까,,싶은 생각이 들어서 선뜻 지르질 못하겠다.

보드복도 비싸긴 마찬가지다.

대충 골라줄 생각에 인터넷 뒤지다가 갑자기 화가 난다.

한참 멋부릴 여자아이를 후줄근한 싸구려로 사줘야할만큼 내가 가난하고 못난 아빠인가?

 

겨울산을 다니려고 출장길 중간에 있는 상설할인매장에 들렸었다.

정가의 육칠십 프로로 세일하는것들조차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에 망설이고 망설이다

결국은 되돌아선 짠돌이가 딸아이 보드장만에 머리를 쥐어뜯는다.

 

이건 사서 고생인게다.

그냥 생각날때 한두번 아이데리고 가서 장비대여하고 리프트 끊으면 될일을

시즌권은 뭐한다고 사서 이 고민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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