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낯 햇볕이 참 좋습니다.
한밤의 대학살 이후 달랑 한마리 남은 생존자 닭과 학살자 개가
구멍 숭숭 뚫린 철망을 사이에 두고 햇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학살의 와중에 생존본능으로 닭장 철망을 뛰어넘어 밤새 피신해 있다가
날아 밝아서야 뒤뚱대며 집으로 돌아온 닭.
밤눈이 어두워 저 원수놈의 얼굴을 모르는걸까요?
아니면 흔히 말하듯 "닭대가리"라서 지난 밤의 일을 잊은걸까요?
정말 학살의 원흉은 따로 있는걸까요?
아무리 봐도 저 원수놈이 맞지 싶은데
이놈에 봄 햇살이 진실마저 덮어버린듯 합니다.
올 여름에 햇살 뜨거워지면 저 원수놈을 다리밑으로 끌고 갈테다.
기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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