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밤라이딩을 나섰다.
요즘은 점심시간 산책을 이핑계 저핑계로 미루다보니
달리 운동할 기회도 없었고,
저녁을 못먹은 아내가 저녁늦게 먹을거리를 찾다보니 덩달아 주섬주섬 야식을 먹게돼서
아랫배가 통시리~하게 살이 오르는게 이대로 있어선 안되겠단 생각이 들어서다.
혹 함께 탈 사람이 있을까 선배에게 전화를 넣었더니 안받는다,,,
혼자서 산길을 타는건 아무래도 위험하니 가까운 금대리매표소로 방향을 잡았다.
한시간 남짓이면 다녀올테고 샛길로 다니면 차에 받힐 걱정도 없을테니
거기가 제격이다 싶었다.
달도 없는 밤에 달맞이 꽃이 가득한 금대천을 지나 한기가 오싹한 계곡으로 접어들면
이미 인적은 없다.
가장 오싹한곳은 폐가가 되어버린 "소쩍새마을"앞이다.
오갈데없는 아이와 장애인을 스님이 돌보던 곳인데 엄마찾는 아이들이 훌쩍대는소리가
소쩍새소리 같다하여 소쩍새 마을이라 이름붙여졌다.
하지만 주변의 관심이 폭증되고 자연스레 풍성한 후원이 이어지면서
스님은 타락해버렸다.
승적도 없는 스님이고 후원금횡령에 성추행까지했다고 모방송의 추적프로그램에서 밝혀지는 바람에
스님은 도망가고 아이들과 장애인만 남았다.
그후 승가원에서 시설을 인수하고 얼마후 다른곳으로 모두 이주하는 바람에 이곳은 폐가가 됐다.
이런곳을 지날때는 후딱 지나쳐야한다.
바람처럼.
작은 언덕하나를 오르면 국립공원 매표소가 있고 야영장이 있다.
지금쯤이면 야영장엔 꽤나 많은 텐트들이 들어차있을테고
야영장 한쪽에 있는 취사장 수도꼭지에선 맑고 차가운 치악산의 생수가 쏟아져 나올테지.
여기오는데 굳이 물통에 물을 채워서 무겁게 올필욘 없어.ㅎㅎ
그랬다.
야영장엔 탠트들이 그득했고 취사장 수도꼭지엔 한가족이 정겹게
양치질을 하고 있었다.
그 작은 언덕도 언덕이라고 목이 마르다.
아마 그놈의 폐가를 지나오면서 냅다 달려서 그런가보다.
자전거를 한옆에 얌전히 자빠뜨리고 수도꼭지로 갔다.
음,,,
이놈의 고글에 김이 왜 이렇게 서리는거야?
안경벗으면 폼 안나는데,,,
빈 물병에 물을 가득채워서 시원하게 물 한모금 들이켰다.
컥,,
급하게 마셔서 사레걸렸다.
근데 생각보다 물이 시원하질 않다.
그때 이닦던 가족중에 남자아이가 하는말.
"엄마. 이물 먹어도 되는물이야?"
"아니"
뭐라고??
못 먹는물???
컥!
"근데 저 아저씬 왜 먹어?"
"그게,,,근데,,,어버버,,,"
아들질문에 답변도 해야하고 내 눈치도 봐야하는 그 아줌마의 착한심성에
너무 많은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서 뭔가라도 해야했다.
난 물병의 물중 반을 목구멍에 넘기고 남은 물을 얼른 쏟아버렸다.
입만 헹구는척 하고.
그랬다.
안경에 김이서려서인지 물이 급해서인지 "세척전용"이라고 붙여놓은 팻말을 못봤다.
챙피해서 어떡하나,,,
머릿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듯 했다.
"아저씬 이동네 사람인데 여기 물은 그냥 다 먹어도 돼"
차마 그말은 못했다.
내 말을 믿어버린 착한 그 아이가 아무물이나 벌컥벌컥 들이키게 할순없었다.
그래.
쑈는 다 보여주는게 아냐.
그저 입 헹구는 정도만 해도 됐어.
이럴땐 얼른 자릴 피해주는것도 이 가족의 저녁 수다를 위해서 좋은 일이야.
내려오는길은 정말 바람같이 내려왔다.
아! 챙피해,,,
집에 와서 일단 냉장고에 있는 물부터 한모금 들이켰다.
그래! 이맛이야!!
근데 침대에 누운후 계속 뱃속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꼬르륵,,꼬르륵,,,
괜찮겠지~?
아마 괜찮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