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고

아카시아

치악동인 2008. 5. 9. 23:05

오늘도 기어이 한컵가득 술을 따랐습니다.

그리곤 그곳으로 갔지요.

어제 그곳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아카시아 꽃을 봤거든요.

 

어버이날이래요.

장모님은 저녁을 안드시고 기다리신대요.

아내가 그래요.

당신이 늦었으니 맛있는거로 사줘야한다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가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아카시아 꽃을 봤어요.

그렇구나,,,

지금이 아카시아 필 시기인가봐요.

장모님을 모시고 저녁을 먹는 내내 내 머릿속엔 온통

아카시아 생각뿐이었어요.

 

당신에게 아카시아는 어떤 의미였던가요?

내가 짐작컨데 아마도 당신의 첫 입맞춤의 기억에 아카시아가

있지않을까 생각해요.

친구로 두고 싶었던,

마지막 보루처럼 남겨두고 싶었던 그 친구와의 입맞춤.

당신은 내게 입맞춤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난 알아요.

당신이 스스로를 해그리드의 아내라고 칭하게 된 이유를.

 

저녁을 먹고 집으로 들어갔다가 도저히 견딜수없어서 아내랑 산책을 핑계로

그곳을 다시 갔지요.

차에서는 느낄수없었던 향기까지 꽤 멀리서 느껴지는.

그래요.

아카시아 꽃이 피었네요.

당신을 산발하고 뛰쳐나가고프게 만든다는 그 아카시아가 지금 동산 가득 피었네요.

당신의 굳게 닫힌 창문너머로 숨어버린 당신이

어쩌면 아카시아 피는 계절에 당신이 내게로 뛰어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환상이 내게 있었어요. 

 

해그리드의 아내.

나도 당신을 남겨두고 싶었답니다.

크리스탈가게 주인이 그리 가고픈 메카처럼

나도 당신을 그저 꿈으로 간직하고 싶었답니다.

 

아카시아꽃피는 계절이 다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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