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호박
공장 지으면 딱 좋겠다는 땅을 샀는데
빚 얻어 땅 사고 빚 얻어 공장 지으면 빚 갚느라 허리 휘겠더라.
빚을 다 갚고나니 이젠 또 빚을 내더라도 공장을 지어야겠는데
출근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가까운곳의 땅은 농업진흥구역이라 원칙적으로 농업목적외엔
건축이 안된다니 깡다구로 짇고 불법으로 버티던가
그럴용기가 없으면 땅이 해제되길 마냥 기다리던가 포기하던가.
앞으로 십년을 더 한다면 짓는게 맞는건데,,,
준비될때까지 땅을 놀릴수가 없어서 첫 해 는 내가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 졸도를 경험하고는 올해엔 옆 밭 농사지으시는분께
내 땅도 지으시라 부탁을 드렸더니 얼마전 감자를
한박스 들고 오셨다.
바쁜 일과 농사가 겹치면 참 대책이 없더라.
아무리 새벽에 나가 밭일을 한다해도 경험도 없으니
밭 한고랑 풀 폽아도 어느새 해는 중천이고,,,
감자는 받자마자 쪄먹었더니 분이 파실파실 나는게 딱 제맛이다.
그렇다고 매일 감자만 어찌 먹겠나.
두달이 지나다보니 슬슬 싹도 나기 시작해서
저걸 어쩐다싶었다.
마트 장보는길에 부침가루를 한봉지 사 왔다.
후추를 넣어주며 좋을듯 해서 후추를 잔뜩 넣었다.
계란도 두어개 풀었다.
휴,,,이놈의 계란을 풀다보니 아버지생각이 불쑥.
엄마가 안계시던 내 어린시절 아버지가 쉬시던날
우리 형제가 학교다녀오기전에 아버지가 부엌에서 앉아계셨다
엄마없는 자식들이 영양이 부족할까 밀가루에 계란을 잔뜩
풀어넣으셔서 부침개를 두툼하게 부치셨다.
아버진들 뭘 할 줄 아셨을까.
계란이 듬뿍 들어가 부침개는 노란빛이 돌았다.
얇게 부치실 재주가 없어서 두텁게 부치신건지
자식들 먹일 생각에 양껏 두툼하게 부치신건지 그건 모르겠다.
전과 아버지 생각이 엮여들면 또 호박전까지 달려나온다.
마침 냉장고엔 애호박도 하나 있다.
된장찌개 끓일때 일부러 가느다란 부분만 잘라썼다.
호박전은 그냥 부치면 심심하지.
청양고추 예닐곱개를 잘게 썰어서 넣었다.
우선 감자를 삼사밀리 두께로 썰어서 부침가루물을 묻혀
굽는다
팬에 올릴땐 몇개 더 넣을 자리를 남겨둔다.
부침옷이 노르스름하게 익어가면 뒤집어 놓고 빈자리엔
새 감자를 올린다.
이렇게하면 먼저 절반을 익힌 감자를 새로올린 감자의
부침옷 색깔 변하는걸로 익은 정도를 지표로 삼는다.
내가 생각해도 뭘 그렇게 머리를 써 가며 감자를 굽냐싶다만.
뜨겁고 바삭하게 부침옷을 입혀 구워낸 감자는 정말 맛있다.
이 맛있는걸 아내는 딱 두개만 먹는다.
얄밉다.
호박전은 금방 익어서 엄청 바쁘다.
이 맛있는걸 술없이 먹으려니 많이 아쉽다.
오늘 낯 어깨통증때문에 스테로이드와 신경차단술 주사를
맞은터라 술을 참는게 좋을듯 싶었다
하지만 결국 데낄라 한잔을 마셔버렸다.
독한술이 염증엔 덜 해로울것이란 자기합리화다.
미드 영향도 있긴 하다.
아버지 생각도 나고 벌초시기도 됐고 내일은 산소에
벌초나 가련다
내가 해 드릴수 있는게 그거 뿐이다.
지금만 같으면 아버지가 아무리 싫다셔도 좋은 병원으로
모시고 다니면서 병원비도 폼나게 내 드릴텐데,,,
작년에 마주친 말벌들이 이사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