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고베의 밤

치악동인 2017. 9. 19. 12:54

 

 

 

찬이 생일아침 네시반에 벌떡 일어났다.

새벽출장을 자주 다니던 습관은 몸속에 깊히 박힌지라

알람이 없어도 일어날수있지만 몇시간 못자는 잠을

뒤척이게 될까 알람을 맞춰두었다.

정확히 다섯시에 집을 출발해 구미에 일곱시에 도착했다.

찬이는 잠이 덜 깬 상태다.

내가 들어가지 퉁퉁 부은 눈두덩을 한채로 내게 안긴다.

녀석이 목을 꼭 끌어 안는다.

그래.할비다.

너를 위해 할비 할미가 금요일토요일 가게문도 공장문도

닫고 달려왔다.

늙은 개 얀이에게는 사료 한그릇에 물을 부어 불려주고,

식탐이 부쩍 늘은 보리와 보리에게 늘 먹을걸 뺏기는 감자는

습식 건식 각각의 사료를 충분히 주고 간식거리도

여기저기 감춰두었다.

자주 설사를 하는 늙은개 얀이도 그렇지만 이십여년 미용실

운영하면서 이렇게 여행때문에 평일에 문닫은적이 있던가?

아.있군.

딸아이 시집보내고 일주일을 여행다녔으니까.

 

대구공항에 예정된 시각에 도착해 주차할곳을 찾았다.

공항 뒷쪽에 무료로 주차할곳이 있다고 그가 말해준적이 있지.

하지만 그 얘기를 들은건 벌써 몇년 전의 일.

그냥 공항 주차타워에 세우고 터미널로 들어갔다.

유모차에 앉힌 찬이를 내가 꺼내서 캐리어에 읹혀줬다.

녀석이 엄청 재밌어 한다.

그 후로 찬이는 여행내내 캐리어가 있는 동안에는 유모차를

타려하지 않았다.

할비와의 또 다른 추억하나가 생긴거다.

고베의 야경따위는 추억축에도 못 끼는 즐거운 추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