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고양이 무덤

치악동인 2016. 8. 15. 16:33

 

공장 바깥쪽에서 삐이삑~하며 새끼 고양이가 울었다.

우리집 감자가 내 관심을 끌려할때

또는 내가 감자야~~하고 부르면 대답으로

자주 내는 소리이기도 한데 그날은 뭔가 절박한 요청처럼 들렸다.

아무리 바빠도 내 귀에 절박하다고 들린 이상 잠시 일을 놓았다.

새까만 어린 고양이가 창고와 내 차 사이의 잡다한 물건들 틈에서 날 불렀다.

손이 닿지않을 만큼의 거리만 유지하면서.

왜 이러지?

그때 문득 생각이 났다.

얼마전 옆집 사장이 고양이가 지하에 빠져있는데 사무실에서 키울까 한다는.

내 공장에서 조금 떨어진곳엔 가공할때 나오는 칩을 보관하려고 대략 한길깊이로 파놓고 지붕을 덮어 놓은 곳이 있다.

그곳에 고양이가 빠져있다는 얘기를 흘려들었었는데,,,

급한 걸음으로 칩창고 지붕을 밀어냈을태,

내 눈에 뜨인건 고양이의 사체였다.

이런!

순간 분노가 밀려왔다.

매주 절에 다니고 불경을 베껴쓰면 뭐하나.

어린 생명하나 이리 놓치는것을.

물그릇이 줄에 매달려 바닥에 놓여져있지만 고양이는 죽어있었다.

내가 왜 그말을 흘려들었을까.

그러다 햇볕이 비춰지지않은 그늘진 구석에 까만 새끼고양이 한마리가 있는걸 뒤늦게서야봤다.

날 불러낸 녀석과 똑 같은 녀석.

급한 마음에 올라올걸 생각지도 않고 뛰어내려가서야 알았다.

창고 바닥엔 이미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죽고 마르고 분해되어 겨우 털가죽의 흔적만 있다는것을.

그곳은 고양이 무덤이었다.

까만 고양이는 내 손길을 피해 필사적으로 뛰어 올랐지만

겨우 벽의 절반 높이뿐이 닿지 못했다.

여긴 호기심많은 녀석들이 뛰어들었다가 절대 나갈수없는 곳이었다.

아무리 어린 고양이라지만 야생의 고양이를 맨손으로 잡는건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잡는걸 포기하고 나부터 일단 탈출했다.

물그릇에 물을 담고 비스켓이라도 몇개 부숴 들고 다시 내려가 바닥에 놓고는 다시 나와 뭔가를 찾았다.

저 까만 녀석만 꺼낸다고 끝날일은 아니니까.

앞집에서 쓰는 나무 팔레트가 적당해 보였다.

한개를 슬쩍 들고가 기대어 놓으니 고양이라면 충분히 탈출에 도움이 될듯 싶다.

 

다음날 사료를 챙겨들고 지붕을 밀어냈을때

다행히도 고양이는 없었다.

비록 우리 애들은 먹지않는 사료지만 배고픈 아이들에겐

유용한 양식이었을텐데 배불리 먹여 보내지 못한건 아쉽다.

 

그래도 이젠 더 이상 그곳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는 고양이는 없을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