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공든탑을 발로 차고

치악동인 2014. 11. 12. 14:30

 

21년전

인천생활접고 원주로 회사를 옮기면서 석달간은 주말부부로 살았다.

젊은 부부가 떨어져 사는거 서로에게 힘든일이라 아내가 하던 선물코너를 접고 이사를 했다.

딸아이 일곱살되던 해 였다.

한해를 회사 가까운 곳에서 아파트생활을 했고 그후 금대리에서 십년,지금 이곳에서 또 십년을 살았다.

회사는 2000년 1월 1일 부로 우리부서가 분사를 당해 쫒겨나다시피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때 만약 분사를 하겟다고 정부장이 나서지않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창업 2년도 못 채우고 정사장이 죽지않았다면,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부인이 여사장이 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물난리도 겪었다.

옆공장을 우리보다 높이 새로 지었는데 어느날 내린 소나기가 우리 공장으로 모여들었다.

찰랑찰랑 공장바닥에 물이 차오르고 바닥에 있던 금형들이 잠겼다.

그건 녹슬기전에 얼른 닦으면 되는일이었으니 다음 사건에 비하면 일도 아니다.

설날을 며칠 앞둔 어느날 새벽 공장에 불이 났다.

아마도 옆공장에서 야간 작업중에 저지른 일인듯 싶지만 화재조사 결과는 전기누전으로 결론 났다.

샌드위치 판넬로 지은 임대공장은 후루룩 타 버렸고 공장안에 있던 기계들은 전기장치들이 피해를 입었다.

우리가 제작중이던 금형들은 부산인근의 여러 업체로 뿌려졌고 난 직원서넛과 뒷수습을 위해 십여일을 헤매고 다녔다.

도저히 남의 공장에서 임시대응으론 한계가 느껴져 근처공장의 한켠을 얻었다.

울고만 있는 여사장과 내 위의 이사는 아무 대책이 없었으나 다행히 직원중의 한명이 근처 공장 전무님과 연이 있어 함께 찾아가 사정을 했다.

공장의 기계는 당장 가동할수 없어 외주 업체를 돌며 가공했고 빌린 공장 한켠에서 새벽까지 조립을 했다.

지금도 눈 오던 어느날의 새벽 출장 나간 나를 기다리던 직원들을 생생히 기억한다.

내가 전해준 외주 가공품으로 다음공정을 진행하기 위해 밤을 새웠던 직원들.

그 해 참 추웠다.

그곳에서 숱하게 밤을 지새웠고 몇달뒤 불나기 전 경매로 구했던 자가공장으로 이사를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십오년이 흘렀다.

이 정도 세월이면 공장도 안정될만 하건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곪아있는 구석만 보인다.

빚은 늘고 활력은 떨어지고 직원들도 경영자도 나도 지쳤다.

경영자의 한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들쳐보니 그건 아니었고 그저 조금 더 책임있는 근로자일뿐이다.

여기서 정년을 채우고 당당히 은퇴를 생각했지만 불행하게도 그건 어렵겠다는 결론이 났다.

 

할수없이 15년 공든탑을 내 발로 걷어차버리고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