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리움
따뜻한 그리움 / 김재진
찻잔을 싸안듯 그리움도
따뜻한 그리움이라면 좋겠네
생각하면 촉촉이 가슴 적셔오는
눈물이라도 그렇게
따뜻한 눈물이라면 좋겠네
내가 너에게 기대고
또 네가 나에게 기대는
풍경이라도 그렇게
흐뭇한 풍경이라면 좋겠네
성에 낀 세상이 바깥에 매달리고
조그만 입김 불어 창문을 닦는
그리움이라도 모락모락
김 오르는 그리움이라
나 이
유시화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세월 속에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보고 난 뒤
내 이마의 주름살 들을 보고 난 뒤
난 그에게 대답했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사실 난 아무것도 세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살아온 세월에 대해서는..
그가 나에게 말했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설명해 주세요
그래서 난 말했지
어느 날 불시에 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에게
입을 맞추었지.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입맞춤을
나의 날들이 너무도 많지만
나는 그 짧은 순간만을 세지.
왜냐하면 .
그 순간이 정말로 나의 모든 삶이었으니까.
흘러간다 그리고 여전히 / 김명
그대가 보고 싶어서 하는 짓이 글쓰기다
진종일 유성용의 여행생활자를 들여다보며
우리가 걸었던 이방의 길들을 추억한다
같이 걸었어도 아팠던 날들이었다
내가 그대에게 기대고 싶었던 만큼 그대도 그러했으리라
그럼에도 나는 쓰러지는 짚더미 처럼 그대에게
무너지고 싶었다
밤을 불러오는 바람이었을까
그대가 다녀가고 나면 눅눅한 그림자가 가슴을 메웠다
가지 마 하고 말하거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는 했니 하고 앙칼지게 묻지 못했다
태생이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붙잡기 보다 놓아버리는 것이 더 편안한 사람이었는지도
어느 날 체념이 오고
어느날 다시 체념에서 향 깊은 사랑이 살아왔다
백화산 낙엽 지던 날
남해 바다로 가서 죽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다
흘려 보내고 다시 머물러 달라고 하였던가
물길은 죽은 잎새를 안고 멀리 흘러갔다
그 것이 안타까워 죽고 싶었다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하는 생이 흘러갔다
잘려나간 손톱이 별 것 아니듯
단절된 기억 또한 별 것이 아니었다
나는 사랑에 대해 거짓으로 일관했으며
사랑을 했는지 조차 아리송하다
그저 호르몬의 장난이었던걸까
그토록 깊은 상처는
어느날 다시 체념에서 향 깊은 사랑이 살아왔다
잡는 대신에 놓아버리고
놓아 버리는 대신에 아프지 않기로 했다
단죄의 칼날은 무디어지고
나는 무너지는 마음을 일으켜 세우며 웃어버린다
물길이 다시 흘러간다
그대가 보고 싶어 하는 짓이 글쓰기다
아무 것도 아니다
단지 보고 싶다는 그 것
생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