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그래 봄이다.

치악동인 2014. 4. 3. 15:56

딸아이 결혼식은 잘 끝났다.

사돈댁에서 예상보다 인원이 너무 많이 와서 준비한 식사가 모자랄까 잔뜩 긴장했다.

결국 가족들은 나중에 따로 중식당에서 엄청 비싼 중국요리를 먹었다.

그나마도 나와 아내는 사돈댁 배웅에 식비 계산까지 하느라 퉁퉁 불어터진 짜장면을 먹었다.

 결혼식 일주일쯤 전부터 조금씩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청심환이라도 먹어야할까보다고 농담삼아 말했다.

결혼식장에 한시간 전에 도착해서 손님 맞을 준비를 시작한다.

점점 입이 말라오고 목이 탔다.

 

예식 삼십분전 예식 도우미 여직원이 나를 부른다.

축가 리허설 해 보잔다.

손님들 인사하기도 바쁜데 무슨 리허설은,,,

어차피 지금 한번 더 연습한다고 뭐가 달라지랴 싶어서 리허설을 과감히 생략했다.

 

입장시간.

아내도 나도 목이 너무 말랐다.

도우미 아가씨에게 물 한모금만 먹고 들어가겠다고 했더니 들어가면 탁자에 물 있단다.

 

아내가 화촉을 밝히러 들어가고 딸과 입장을 준비하는데 이녀석 울음보가 터졌다.

날더러 자기랑 눈 마주치지 말란다.

내가 더 걱정인데 지가 먼저 울어버리니 우는 아이 진정시키느라 내가 정신이 퍼뜩 났다.

 

축가.

리허설을 해야 했다.

내 마이크 음량에 어떤지를 알았어야 했는데 리허설이 없다보니 도무지 반주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면 반주보다 반박자도 아닌 한박자쯤 빨라져 있다.

후,,,

그래도 잘 끝났다.

축가를 조금 더 빠른 템포의 즐거운곡으로 할걸 그랬다 싶은 후회도 있고

차라리 무반주로 할걸 그랬다 싶기도 하고.

 

하룻밤 우리집에서 주무신 큰아버지 모시고 산소에 올라가서 인사를 올렸다.

나도 이젠 늙었는지 아버지께 딸아이 시집 잘 보냈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는데 울컥인다.

내 아버지께 못한 효도를 큰아버지께 했다.

동해로 넘어가는길 태백에서 소고기 구워서 점심 대접하고 큰아버지 가신다는 경로당에 인사치레를 했다.

용돈도 챙겨드리고.

 

큰일 치르고 나니 봄이 앞산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