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잊혀져 가는 추억의 소리

치악동인 2013. 12. 5. 12:59

 

한해동안 이것저것 농사지은것중에 알뜰살뜰 옥수수 말려둔것이 있어서

알만 비벼 털어서 뻥튀기 한방 튀겼습니다.

겨울철 대표 간식이었건 옥수수 뻥튀기.

우리 동네에선 강냉이튀밥이라고 불렀는데요,

찌그러진 깡통에 강냉이 알 수북히 담아 사카린 조금 넣고 뻥~튀기면 

열배는 늘어난 넉넉한 부피로 만족하고 달콤하고 구수한 맛에 두번 만족하는 강냉이 뻥 튀기는 소리입니다. 

잘 달궈진 기계는 불과 오분만에 한방씩 튀겨내기때문에 의자에 엉덩이 걸치고 앉았다가

동영상으로 담아봤습니다.

 

중간에 대화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할아버지 말씀

"어떤 사람은 찰옥수수를 들고와서 왜 메옥수수만큼 크게 안되냐고 그래.

이게 메옥수순데 이렇게 크잖아. 알이 작은 찰옥수수랑 비교가 되냐고"

뭐 그런 말씀이셨습니다.

제 옆자리에 자루 두개가 있었는데 한 자루는 알이 굵은 메옥수수고 다른 한자루는

메옥수수 절반크기의 찰옥수수더군요.

둘을 튀겨놓으면 모양도 차이가 나는데 메옥수수는 팝콘 터지듯 크게 터져나오는 반면

찰옥수수는 많이 크지도 터지지도 않아서 부피가 많이 늘지 않는답니다.

물론 맛이야 찰옥수수가 훨씬 맛 있지요.

 

할아버지가 강냉이를 튀기시는 동안 두팀이  뻥튀기를 사러 왔습니다.

부부인듯한 첫팀은 아내되시는 분이 말씀하는 분위기가 좀 사나왔습니다.

오십 후반은 되어 뵈시는데 팔순은 되어 뵈시는 뻥튀기 할아버지께 따지듯 묻습니다.

"이거 맛 있어요?"

기왕 살거 좋게 물어보면 어디가 덧난답니까?

말 뽄세가 저래서야 어디 나이를 곱게 먹었다고 할수 있나 싶습니다.

처음부터  불만스러운 표정의 아주머니는 잘 튀겨진 찰옥수수 한봉지는 들고 인사도 없이 떠났습니다.

제가 보기엔 아무리 맛있는 벙튀기라도 그 아주머니 입에는 그저 그런 뻥튀기로 전락했을듯 합니다.

 

잠시 뒤

"아버님 안녕하셨어요? 아이구~오늘도 나오셨어요~?"

활기차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온 대략 오십초반의 남자가 뻥튀기를 한봉지 샀습니다.

아마도 이곳이 고향이시고 할아버지와도 잘 아는 사이인가봅니다.

어쩌면 할아버지 자제분과 친구사이 인지도 모르지요.

하여간 그 남자분은 반가운 인사와 함께 맛있는 뻥튀기를 들고 떠났습니다.

할아버진 기어이 천원을 깍아 주셨구요.

 

그 사이 제 뻥튀기도 다 됐습니다.

뻥~소리와 함께 구수한 연기가 작은 공간을 뒤덮었습니다.

작은 틈새로 튕겨져 나온 뻥튀기를 앞서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저도 주섬주섬 줏어 먹습니다.

맛 있습니다.ㅎㅎ 고소하고 바삭하고.

땅에 떨어진거 줏어먹는다고 누가 흉볼려나요?

 

뻥튀기 한봉지 차에 싣고 집에 가는길에 기어이 그 사이를 못 참고 봉지를 열어

한손 가득 뻥튀기를 집어 듭니다.

우리 할머니 목소리가 갑자기 들립니다.

"강냉이 그렇게 많이 먹으면 밥맛없어 이녀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