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당진 언저리

치악동인 2013. 1. 29. 20:15

평택에서 처음 모인다는 아내 초등학교 동창회.

날이 추울거란 예보에 참석을 망설이는 아내를 위해 내 한몸 기꺼이 희생하기로 했다.

산악회 정기산행은 내가 자주 올라가는 치악산 고둔치 행이라니 별로 땡기지도 않거니와,

며칠전 너무 허망했던 부안 솔섬 일몰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서해 일몰을 다시 한번 보겠다는 꼼수가 있었다.

 

점심 시간 맞춰 아내 내려놓고 당진을 향해 간다.

아산만을 지날때 마침 배가 고파오니 바지락 칼국수로 점심을 해결한다.

딸아이 네댓살 됐을때 이곳에 왔던 적이 있었지.

그때 딸 아인 아산만준공 기념비 아래서 놀다가 일어나면서 기념비에 머리를 부딪혀서 엉엉 울었다.

엄청 아팠을텐데 우린 그 우는 모습마저 귀여워서 웃었었지.

그 사진이 어디 있을텐데,,,볼때기며 종아리가 터질듯 통통 했던 그때.

 아산만에서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칼국수는 최소 2인분부터 되는줄 알고 식당 들어가길 망설였는데 식당앞에서 호객을 하던 직원이 나를 불러 세운다.

"칼국수 1인분도 돼요?"

무조건 들어오라는 손짓에 들어갔더니 다행히도 1인분 된단다.

조개가 들어간 음식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대부도에서 칼국수를 먹어본후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아직은 조개구이나 조개찜은 그닥 좋아하지 않고 특히 날로 먹는것과 젓갈은 용기까지 필요한 정도지만.

딸아이 추억이 있는 준공기념비를 찾아보려니 온통 공사중인데다 날이 너무 춥다.

아산만을 지나 삽교호를 건너 삽교호 함상공원으로 들어섰다.

공원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데크를 만들었는데 그리 길진 않다.

평택에서 당진을 잇는 웅장한 서해대교를 보기는 좋았다.

 삽교호를 지나 석문방조제를 지나는 길.

지나온길 뒷편으로 보이는 공장굴뚝이 아마 현대 제철인듯 싶다.

날이 차가우니 공장 굴뚝의 수증기가 더 하얗다.

 석문 방조제를 거의 다 지날즈음 방파제가 바다를 향해 뻗어 있다.

방파제 좌우로는 작은 배들이 계류되어 있고.

저렇게 작은 배는 용도가 뭐지? 낚시배? 멀미 나겠는걸,,,

 석문 방조제를 건너며 장고항.

장고항 뒷편으로 무지막지한 수증기를 내 뿜는 곳은 아마도 당진 화력발전소 일듯 싶다.

전에 가봤던 왜목마을이 화력발전소 가기 전이 었지 아마?

장고항 방파제 한켠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쉬어간다.

DMB를 켜니 마침 "서영이"가 재방송이다.

칼날같은 자존심때문에 가족을 버린 여자.

버릴수 없는걸 버렸다고 생각하니 더욱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 누구에게도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

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에 끌린다.

봄날,고맙습니다 같은 드라마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서영이는 그닥 오래 기억나진 않을듯 하다.

장고항에서 인터넷의 도움을 좀 받았다.

화력발전소 뒷편의 석문정이라는 정자가 일몰 포인트란다.

대호 방조제가 시작되기 직전 무슨 홍보관 옆으로 산을 오르면 된다. 걸어서?아니 차로.

 

일몰 시간전 여유있게 도착했더니 한가하나.

나보다 먼저 차량한대가 올라와 있었는데 펑크난 타이어를 교체중이다.

정자에서 주변 풍경을 한번 둘러보고 장비를 챙기러 차로 왔는데 타이어 교체중인 사람들이 어째 진도가 하나도 안나간다.

가만 보니 펑크난 타이어를 풀어내야 하는데 볼트가 안 풀리나 보다.저런,,,

인터넷으로 타이어교체방법을 찾아서 하는중이라는데 볼트가 잘 안풀리는 문제는 어찌할수가 없지.

잠시 비켜서라하고는 등산화 신은 발로 힘껏 스패너를 밟았다 .충격을 줘서.

발길질 한방에 젊은 친구를 낑낑거리게 만든 볼트가 풀렸다.

원래 충격하중은 정하중의 2배다.(이건 고등학교에서 배운 재료역학의 기본이다)맞다 잘난척.

 바다 너머로 보이는 대산의 정유화학단지,소난지도, 대난지도,도비도 등등

노을의 색감을 표현해보려고 조리개를 열심히 조였다 열었다 해봤는데 역시 최대로 조이는게 낫다,

노출은  -1.0 EV 정도로 낮춰야 맞는거 같고.  

 딱 해가 요만큼 걸렸을때 아내의 전화.

동창회 끝났단다. 하필 이 중요한 때에?

해는 넘어가고나서야 동창회를 파 하던가 하지 말야. 

어째 사람들이 수십년만에 만나 몇시간 놀지도 않고 헤어진단 말인가.

 기어이 해가 꼴딱 넘어가는 꼴을 보고나서야 급하게 돌아섰다.

해 지고 나서 한동안 색색의 노을을 보여주는 귀한 시간이 있는데 도무지 맘이 급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