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빌딩감옥

치악동인 2012. 10. 24. 17:12

가을 하늘도 높고 도심의 빌딩도 높다.

저 빌딩의 8층에 자리잡은 요양병원에 장모님이 3년째 계신다.

설사를 시작한지 벌써 석달째.

이미 기력은 쇠잔하여 혼자 힘으론 고개조차 돌리지 못 하신다.

한달에 한번쯤 찾아가던 발길을 채 뵌지 열흘도 되지않아서 다시 찾아뵙는다.

이젠 신장기능까지 떨어져서 자주 찾아뵈어야할것 같다는 의사의 전언이 아내에게 와 닿았다.

곧 돌아가신다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열흘전에 내가 본 상태와 그닥 차이가 있어뵈진 않는다.

사람을 알아보는것도 가능하시고 꼭 필요한 말씀도 분명하게 하신다.

가져간 홍시는 티 스푼으로 딱 두 스푼 드시고 고개를 젖는다.

미음도 그 만큼만 드시며 연명을 하신다.

이제 소화기능은 거의 다 됐다고 봐야겠지.

신장 기능 저하를 막기위해 하루종일 수액을 꽂는다.

가뜩이나 약해진 혈관벽은 여기저기 터져서 멍이 들지 않은곳이 없을정도다.

죽을래야 죽을수도 없는 삶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이놈의 병원에 한번씩 다녀갈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건 미래의 내 모습이요 우리 모습이다.

피해갈래야 피해갈수없는.

 

제발 이놈의 감옥에 갇히지는 말아야 할텐데.